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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0. (화)

[시론]20 대 80의 이론(관계)

김종상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프랑스 출생의 유명한 생물학자 파브르(J·H.Fabre 1823∼1915)가 개미와 꿀벌의 생태에 관해 20대 80의 이론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솝우화에 개미와 베짱이의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에서도 알다시피 개미는 굉장히 부지런하고 성실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지만, 파브르는 오랫동안의 관찰과 연구를 통해 개미나 꿀벌의 20%정도가 진짜 부지런히 앞장서고 있고 나머지 80%는 그저 흉내를 내고 따라하는 척 할 뿐 흔한 말로 농땡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집단생활에서 이탈하지 않고 전체적으로는 좋은 모습·알찬 결과를 유지하기 때문에 다른 곤충·동물들에 비하면 모범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20·80%의 리더(모범생)그룹과 농땡이(열등생)그룹을 따로 모아서 살림을 차려 줬더니,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그 20%·80%가 다시 모범생·열등생그룹으로 나눠져, 모범생(20%)이었던 개미·꿀벌 중에서 80% 정도는 따라다니는 그룹이 되고, 반대로 열등생 80% 중에서 다시 20% 정도가 나서서 리더(모범생)의 역할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공동사회 나아가 국가의 운영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돼 예전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로마의 시민들인 전체 주민의 20% 내외가 그 당시의 국가의 정치·문화·경제를 이끌어 갔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BC384∼322)같은 철학자도 능력있고 선택된 시민들의 전제(專制)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제한적으로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정의(正義)라고 생각했으니 신분·성별의 차별없이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모든 주민이 1인 1표의 투표권이 주어지게 된 것은 20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최근세사의 일이었던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모든 생산수단을 공유하고 그 수익이나 소득도 공평히 배분한다는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주장과 이론이 지구상에서 성공하지 못해 결국 경제력이 소수에게 집중되기 마련이어서 여기에도 20대 80의 이론이 적용돼 온 것이다.

즉 20%가 전체 몫의 80%를 갖고 있으며, 80%가 내는 부담(세금 등)이 20%에 불과하다는 것 등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이야기하는 국민소득의 분포를 도표로 표시해 X축을 국민의 구성비, Y축은 국민소득의 점유비로 나타내면 45°의 직선은 극단적(또는 이상적)분배이고, 대부분은 그 직선 아래로 쳐져 있는 포물선 모양의 곡선으로 나타내는데, 그 분배의 상황을 나타내는 지수인 지니계수는 직선으로 표시되는 0으로부터 1까지의 불평등한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도 IMF시기인 '97년 0.314에서 2001년도에는 0.355로 빈부격차가 확대돼 간다는 주장과 함께 소득의 양극화가 요즈음의 화두가 되고 있다.

또한 근래 전국적으로 부동산의 가격급등,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성향과 더불어 그 양극화의 끝쪽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 20과 80의 논리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8·31부동산 종합대책' 또 금년에는 '3·30 추가대책'등으로 여러가지 고단위 처방책이 제시됐고 그 중에서도 전반적으로 적용될 대표적 내용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대폭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종부세의 기초가 되는 공시지가의 인상, 과세대상의 인하 등으로 처음 적용됐던 작년에 과세대상이 7만여명이었던 것이 올해는 40만명에 육박하리라는 것이고 세율도 상향조정해서 세부담이 크게 상승하리라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종부세는 경제적인 면에서 20%에 속하는 일테면 Noblesse Oblige계층이 80%의 덜 가진 많은 국민들을 위해 더 부담하고 얼마간 희생을 한다는 조세제도, 그러니까 프랑스·룩셈부르크 등 EC국가들이 택하고 있는 부유세(Net Wealth Tax)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부유세가 개인 종합소득세제를 보완하고 소득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그 해에 늘어난 순자산(부동산뿐 아니라 예금, 보석, 예술품등 망라)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는데 대해 우리나라의 종부세는 국민들의 지나친 부동산 선호성향 및 다른 자산들의 조사의 어려움과 개인 사생활 침해 등을 감안할 때 아예 부동산만을 대상으로 하여 지방세로서 재산세와는 별도의 국세를 신설된 것은 우리 현실에 적합하고 불가피한 조세정책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미실현된 재산가액 증가분을 포함해 과세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개선방안으로 종부세의 납부세액을 차후 그 부동산의 유상처분(양도세)이나 무상이전(상속·증여세)시 일정부분이라도 필요경비적 공제를 인정한다든지 1주택을 장기적으로 보유했던 경우에는 종부세에서 일정비율의 세액공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보완을 통해, 적지 않은 세부담을 하게 된 납세자들의 허전하고 불안한 상황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세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고소득층과 고가 부동산의 소유자들을 많이 가졌다는 것만으로 질시하거나 위화감이 조성되는 풍토에서 벗어나 이들이 세금을 당연히 더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지위에서 자발적으로 더 부담한다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소망스러운 것이다

20 대 80은 파브르의 이론처럼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현상으로서 전체(100)의 이익과 목표를 위해 조화롭고 능률적으로 극복돼야 하기 때문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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