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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23. (목)

[연재]세법·세정·세무 분야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8)

부가가치세법의 1977.7.1. 시행을 전후하여 뒤얽힌 뒷얘기

 

한국세정신문은 창간 58주년을 맞아 조세법학계 거목에게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후일담을 듣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대학 세무학과의 출범, 종합소득세제 및 부가가치세제 뒷얘기, 국립세무대학 출범과 폐지, 자료상,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세무사시험제도, 상증세, 세무행정, 지방세, 변호사와 회계사·세무사 등 조세 역사 주요 사건에 얽힌 뒷얘기를 반추하며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지향점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이에 우리나라 세무회계학 및 조세법학의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다한 송쌍종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로부터 '세법·세정·세무 분야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편집자 주>

 

앞서 제7차 원고에서는, 부가가치세제의 도입을 추진하기 위한 세제심의회의 결정이 1971년에 있었는데, 해당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그 후 6년이나 지난 1976년 12월의 일이었으며, 그 시행은 1977.7.1.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종합소득세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기 위한 세제심의회의 결정은 위에서와 같은 1971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행은 1975.1.1.이었다. 이는 예정된 일정과 어긋나지 않았던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처럼 부가가치세법의 시행만은 당초의 예정보다 2년 반이나 지연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있는 그대로 번안만을 하더라도 시행이 가능한 일본법 모델이 없었다는 데에 커다란 이유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은 우리가 일본법을 모방하다시피 하는 관행의 굴레에서 벗어나긴 하였지만, 반세기 전의 현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과정과 닮은 꼴이라고도 생각된다. 오늘날의 자동차산업이나 가전제품산업이나 반도체산업 등의 발전 양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당시에 떠돌았던 풍문에 의하면, 재무부의 세제과에서 S대학의 L모 교수에게 이미 시행 중에 있던 영국과 독일의 부가가치세법 조문을 번역하는 용역을 발주하였다고 한다. 미국에서 회사법을 전공하고 귀국한 그 교수는 영어와 일본어가 능통할 정도의 실력자이었지만, 부친의 유산으로 엄청난 부를 누리는 데다가 본인이 한 말을 빌리자면 그 정도의 일은 귀찮을 지경이었다는 점을 필자는 직접 들어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그 작업이 대학원생들에게 맡겨졌으므로, 법문이 제대로 번역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외국어의 번역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필자는 경험을 통하여서도 알고 있다. 그런데다가 위 용역의 결과물을 받아서 처리하는 책임자에게도 문제가 있었음을 알아야 할 일이다.


원래 종합소득세제와 부가가치세제를 동시에 시행하려는 것이 정부계획이었음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재무부 세제과의 작업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였으므로, 2년 이상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종래의 영업세를 없애고 새로운 부가가치세로 바꾸는 경우에 없어져야 할 조세법률만 하더라도 8가지(1. 영업세법 2. 물품세법 3. 직물류세법 4. 석유류세법 5. 전기까스세법 6. 통행세법 7. 입장세법 8. 유흥음식세법)나 되었는데, 이러한 비교적 복잡한 법제 개혁의 내용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일은 대학의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힘에 버거운 작업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세제과에는 법학도 출신의 직원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이미 앞에서 지적함). 그리하여 당시의 세제과 강○○ 과장은 법학도 출신의 마땅한 적임자를 찾는 데에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다음으로 법학도라 하더라도 평소에 그러한 작업을 해보지 않았던 처지에서는 시간이 많이 걸릴 도리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다가 영국법과 독일법의 번역물마저도 말끔하게 정리된 것이 아닌 상태에서 그것을 모태로 한 법안 정리는 지난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강○○ 과장이 발탁한 부가가치세법의 법률안 작업의 담당자 강XX 사무관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수재이었음이 분명하지만, 대학에서 세무행정을 배운 바도 없었을뿐더러 세법이나 세무회계 등 세무 관련의 전문과목을 공부한 바도 없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필자는 당시의 강XX 사무관과 같은 대학의 4년 선배이며, 그에게 부가가치세 관련의 자료를 얻으려고 재무부에서 근무하는 그를 방분한 적이 여러 번 있었으므로, 저간의 사정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편이다. 이런 처지에서 일선세무서의 총무과장으로 근무한 과정 중에 세무조사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짐작한다(당시의 법과대학 출신의 행정고시 합격자를 그렇게 배치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렇다면 세법이건 세정이건 간에 경험이 거의 없는 세무직 공무원이었을 수밖에 없다. 영국의 속담에 “지식 없는 경험이 경험 없는 지식보다 낫다”는 것이 있다는데, 위의 인사는 지식도 없고 경험도 없는 처지에서 갑자기 전혀 생소한 법률안을 손질하는 단독 담당자가 되었던 셈이다. 더구나 작업팀을 구성하지 않고 혼자서 그 벅찬 작업을 수행하였다고 생각되므로, 비록 그가 우수한 준재라 하더라도 힘에 겨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은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입학시험에서 제2외국어 과목을 독일어로 선택하는 예가 많았으며, 입학 후의 교양과목으로 독일어를 많이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써 독일법의 번역문을 제대로 소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아야 한다. 필자는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독일어의 원서강독을 두 학기나 수강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로써도 독일어를 제대로 공부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는 점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위 강XX 담당자는 독일법의 번역문을 교재로 삼지 않고, 영국법의 그것을 모델로 삼아 부가가치세법을 손질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소문도 그러했다.
실제로 1977.7.1. 시행한 부가가치세법의 체계는 다른 일반적인 조세법률의 체계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음은 해당 법률을 다루는 세무사나 세무공무원들도 쉽게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 이는 일본에서는 애초부터 독일법의 체계를 본받아 법률안을 손질하는 전통이 확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대륙법계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영국은 영미법계에 속하는 나라이므로, 모든 법률의 체계가 대륙법계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부가가치세법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를 어려운 얘기로 설명하면 우리의 부가가치세법은 다른 개별세법과의 정합성(整合性)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말하여 준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시행된 부가가치세법에 관하여 전부개정이 이루어진 적이 한 번 있었다. 이 전부개정을 거쳐 새 부가가치세법을 시행한 것은 2013.7.1.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 새 법률의 체계에 관하여 정합성이라는 측면에서 제법 많은 개선이 있었음이 눈에 띄었지만, 아쉬움이 더 많은 편이었다. 이러한 개정작업을 위하여 어느 법무법인에게 용역을 발주하였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 해당 법무법인에는 유능한 변호사들이 즐비하지만, 법체계를 논리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가 있는 실정은 아니어서 한계가 드러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법률의 내용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았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선행 연습이 많이 되어 있었던 우리나라이지만, 그러한 장점을 법제도 안에서 제대로 살려담지 못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관하여 여기에서는 지면관계로 한 가지 예만을 들기로 한다. 그것은 매입세액공제에 관한 문제이다. 이 매입세액공제는 다른 세법에 없는 독특한 방식이므로, 그 내용은 쉬운 듯하면서도 전문가가 아니면 잘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대목이다.


매입세액공제라 함은 제조․가공용 원재료 또는 완제품인 상품을 다른 공급자(X)로부터 매입한(즉 공급받은) 매입자(A)가 공급자로 바뀌어 다른 공급받는 자(B)에게 매출(공급)을 한(이 때에 A는 그 공급가액에 세율(10%)을 곱한 금액을 거래징수로 얹어받아야 한다. 이 점은 X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X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면, 방법이 없다. 이는 현행법의 맹점이다) 다음 당초 X로부터의 매입액에 세율(10%)을 곱한 금액을 세무당국으로부터 매입세액으로 공제받거나(자기가 납부하는 경우) 환급받는(10%의 거래징수를 통하여 납부하는 세금이 없는 경우)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맨 나중의 최종소비자(C)는 다른 사람에게 공급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이른바 귀착(歸着)이 이루어지는 결과 부가가치세를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소비세의 성질을 지니는 것이다. 이러한 유통과정의 중간단계에서는 모두 조세의 전가(轉嫁/ 전전(前轉)으로서의 전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부가가치세를 아예 소비세라 이름붙이고 있다. 그러므로 위 A가 B에게 공급을 하면서 그 공급가액과 그것에 얹어받는 10% 상당액 두 가지를 모두 챙겨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X로부터 매입한 공급받은 가액과 얹어주는 10% 상당액 두 가지를 실제로 주지 않고 있거나 그것들을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X가 세무당국에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탈세의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과세당국은 공급가액에 세율(10%)을 곱한 금액이 국고로 납입되지 않은 경우 즉 그 납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위 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하지 않아야 마땅하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부가가치세법에서는 위 A가 B에게 세금계산서(이는 공급자가 발급한다)를 발급하였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A에게 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료상(資料商)이 끼어들어서 그가 X로부터 공급을 받을 것으로 위장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서 도망을 가게 된다면, 국고로는 부가가치세가 납입되지 않는 채로 A에게 매입세액공제만을 헌납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료상의 부조리에 관하여 과거에 많은 예가 언론에 노출되기도 하였었다. 그렇지만 근자에는 이런 예가 잘 보도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예가 전혀 없어서가 아니라 대량으로 교묘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풍문도 있다. 위의 사례에서 자료상이 끼어들지 않더라도 X가 파산을 하거나 도주한 경우에도 매입세액공제(환급)에 따라 국고손실이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이는 현행법의 맹점이 아닐 수 없다.


국세청 출신 공무원의 얘기로는 부가가치세제가 시행되던 초기에는, 전산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입세액공제를 위하여 사전에 해당 부가가치세가 국고에 납입되었는가를 확인하는 세무행정이 펼쳐져 왔다고 한다. 이러한 징세행정이 계속 이어지다가 어느 사이에 그러한 행정관례가 감쪽같이 없어져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여기에는 모종의 부조리와 연계되어 있는 비밀이 숨어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에 관하여는 세수의 부당한 일실을 막기 위하여 국가 차원의 정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겸하여 매입세액공제(환급)에 있어 해당 세액의 국고납입상황을 반드시 점검하도록 하는 행정개선을 위한 개정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은 당초에 제대로 문제점을 점검하는 연구검토가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현재까지 방치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사료되는 바이다.


이상의 논의에 있어 필자는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비판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밝혀 두고자 한다. 다만 우리나라가 아직은 법제면에서 혹은 법학연구면에서 후진국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따름이다.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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