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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월)

[판례평석]국세기본법에서 정한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세무조사가 개시되었는지 여부

청주지방법원 2019. 7. 25. 선고 2019구합5248

1. 들어가며

국세기본법은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사유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 세무조사 선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를 개시하였다면, 이에 따른 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

 

소송 과정에서 납세자가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사유에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통상 처분의 적법성(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사유에 위법이 없음)에 대해서는 과세관청(피고)이 입증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사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경우에, 법원이 과연 어떠한 판단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최근 흥미로운 하급심 판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원고의 주장 및 법원의 판단

 

가. 사실관계

 

원고는 2007. 6. 00. ㅇㅇ시에서 종이포대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원고의 법인등기부 등본의 기재에 의하면, 설립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는 AAA이었으나, 2011. 10. 00. 대표이사가 BBB로 변경되었고, 2012. 10. 00.부터 2015. 1. 00.까지 CCC이 대표이사로 근무하였으며, 2015. 1. 00.부터는 DDD이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원고가 설립 당시 발행한 주식은 40,000주(1주당 5,000원)이고, 설립 당시의 주주명부에는 CCC의 사촌인 BBB가 26,000주를, CCC의 처남인 EEE이 26,000주를 각 보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한편 주식회사 bbb(이하 ‘bbb’이라 한다)은 포장용 지대(紙袋)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CCC은 2008. 6. 00.부터 2012. 9. 00.까지 bbb의 대표이사로 근무하였다.

 

세무조사청은 bbb에 대한 통합조사를 실시하면서, 2017. 6. 14. “bbb과 관련기업으로 파악되는 원고에 대하여도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6 제3항 제4호의 규정에 따라 ‘신고 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2. 1. 1.부터 2015. 12. 31.까지의 과세기간에 대하여 조사기간을 2017. 6. 14.부터 2017. 8. 18.까지로 하여 통합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취지로 고지하였다.

 

이 사건 세무조사청은 2017. 6. 14.부터 2017. 8. 18.까지 원고의 2012사업연도부터 2015사업연도까지의 과세기간에 대하여 법인통합조사(이하 ‘이 사건 세무조사’라 한다)를 실시하였다.

 

이 사건 세무조사청은 이 사건 세무조사를 마친 2017. 8.경 원고에 대하여‘① 2012년도부터 2014년도까지 특수관계자(FFF)로부터 부동산을 고가(高價) 임차한행위에 따른 부당행위계산부인액 xxx원, ② 2012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DDD 등이 사용한 업무무관비용 xxx원, ③ 2012년도부터 2014년도까지 임직원 급여 과다계상한 가공급여분 xxx원을 적발하였다’는 취지의 조사종결보고서를 작성하였다.

 

피고는 2017. 12. 00. 원고에 대하여 2012 사업연도 법인세 xxx원(가산세 포함), 2013 사업연도 법인세 xxx원(가산세 포함)을 경정고지하는 통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를 하였다.

 

나. 원고의 주장

 

피고는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6 제3항 제4호에 따라 ‘신고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를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하였으나,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세무조사를 시작할 당시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명백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사건 세무조사청은 원고를 bbb의 실질적 사주인 GGG이 차명(借名)으로 소유한 자회사(子會社)로 오인하고 이 사건 세무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세무조사는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6 제3항을 위반하여 세무조사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 원고를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위법하므로, 이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도 위법하다.

 

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 세무조사청은 이 법원이 조사대상 선정검토표, 분석보고서 등에 대하여 한 문서제출명령에 대하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자의 선정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공정한 국세행정의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였다.

 

그런데 ① 이 법원이 제출을 명한 조사대상 선정검토표는 이 사건 세무조사에 구국세기본법 제81조의6 제3항에서 정한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사유’가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에 해당하고, 달리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6에서 정한 세무조사 사유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다른 자료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세무조사청은 이에 관한 구체적 이유 설명 없이 조사대상자 선정검토표 등을 제출하지 않은 점, ②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bbb과 원고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루어진 이상, 조사대상 선정검토표 등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국세행정의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세무조사청이 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것은 조사 개시 당시 탈루 혐의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백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을 진실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정황에 해당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세무조사 통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EEE, BBB, DDD, CCC, FFF, AAA, HHH, PPP에 대하여도 증여세에 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세무조사 통지를 보냈다. 그런데 위 EEE 등에게 세무조사의 사유로 ‘bbb의 실질적 사주인 GGG 소유인 원고의 주식 명의수탁에 관한 부분’이라고 기재하였고, 이 사건 세무조사에 관한 조사종결보고서에도 원고를 bbb의 관련 기업으로 기재하였다. 또한 이 사건 세무조사청은 이 사건 세무조사가 개시된 직후인 2017. 6. 26. CCC, DDD에 대하여 첫 조사를 하면서, bbb과 원고 사이의 연관성, 원고의 설립배경, 원고가 발행한 주식의 실질적인 주주가 누구인지 여부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조사하였을 뿐이고, 그 후 원고에 대하여 전반적인 세무조사를 진행한 후인 2017. 7. 말경에 이르러서야 CCC, DDD에 대하여 bbb과 원고 사이의 연관성 여부가 아닌, 제1, 2, 3처분사유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즉, 피고는 bbb의 실질적인 대표자인 GGG이 원고를 실질적으로 소유하였음(이 사건과 달리 피고 측에서 조사대상자 선정검토표 등을 제출한 다른 사안들도 다수 존재한다)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주식을 타인들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를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하였으나, 세무조사를 시작한 다음 bbb과 원고 사이의 특수관계가 밝혀지지 않자 조사 범위를 넓혀 CCC, BBB, DDD, CCC에 대한 금융거래내역을 검토함으로써 제1, 2, 3처분사유를 조사하게 된 것일 뿐, 개시 당시부터 원고에게 탈루의 혐의가 인정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건 조사종결보고서에 의할 때, 원고와 bbb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유형자산에 대한 매매계약에서 거래금액을 과소신고한 부분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는 피고의 세무조사 결과 밝혀진 사실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피고가 적법하게 세무조사가 개시되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지는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를 이 사건 세무조사의 대상자로 선정할 당시부터 이미 이 사건 유형자산에 대한 매매계약에 관하여 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조사종결보고서는 이 사건 세무조사 후에 작성된 문건에 불과하므로, 그 자체 성질상으로도 ‘조세의 탈루나 오류 사실이 확인될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객관적인 자료’라고 볼 수 없다. (원고 승)

 

3.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사유와 관련한 법리

 

대법원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하여 세무조사를 한 경우, 해당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6이 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하여 과세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기고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6을 위반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911 판결).

 

또한 법원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사유에 위법이 없음은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는 과세관청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과세원인 및 과세표준금액 등 과세요건이 되는 사실에 대하여는 과세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는 것이 원칙이므로, 적법하게 세무조사가 개시되었다는 점 역시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16. 7. 13. 선고 2015누57408 판결).

 

4. 해당 판결의 의의

 

가. 이 사건 재판 진행

 

이 사건에서는,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의 위법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원고와 피고 간 다툼이 있었다.

 

원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세무조사를 시작할 당시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명백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세무조사는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6 제3항을 위반하여 세무조사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 원고를 세무조사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위법하므로, 이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도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에서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6 제3항 제4호의 규정에 따라 ‘신고 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세무조사를 개시하였고, 원고와 bbb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유형자산에 대한 매매계약에서 거래금액을 과소신고한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조사종결보고서 역시 ‘신고 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이 사건 세무조사청에 대해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였고, 재판부는 이를 채택하여, 이 사건 세무조사청에 조사대상 선정검토표, 분석보고서 등을 제출하라고 명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세무조사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자의 선정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공정한 국세행정의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였다.

 

나.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않은 경우 관련 법리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349조는 ‘당사자가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당사자가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 법원이 문서의 성질, 내용, 성립의 진정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대법원 1998. 11. 13. 선고 97다2351 판결 참조).

 

다. 법원 판결의 의의

 

법원은, ①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6에서 정한 세무조사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점, ② 이 사건 세무조사청은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대해 구체적 이유 설명 없이 조사대상자 선정검토표 등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세무조사청이 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것은 조사 개시 당시 탈루 혐의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백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을 진실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정황이 된다는 점, ③ 피고는 bbb의 실질적인 대표자인 GGG이 원고를 실질적으로 소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주식을 타인들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를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하였으므로, 개시 당시부터 원고에게 탈루의 혐의가 인정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는 점, ④ 이 사건 조사종결보고서는 이 사건 세무조사 후에 작성된 문건에 불과하므로, 그 자체 성질상으로도 ‘조세의 탈루나 오류 사실이 확인될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객관적인 자료’라고 볼 수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세무조사는 구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세무조사권을 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하고, 이 사건 처분도 위와 같이 위법한 세무조사를 통하여 수집한 과세자료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조사관서의 세무조사 선정 업무는 대외적으로 공개된다면 향후 국세행정 수행에 지장을 줄 업무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 역시‘세무조사 대상자의 선정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공정한 국세행정의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해 예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기본적인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고, 따라서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에 위법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과세관청이 입증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사유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대해 조사관서가 단순히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만을 근거로 거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과세관청은 추후 소송 과정에서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의 적법성에 대하여 입증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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