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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1 (토)

[기고]가업상속공제제도의 도입에 얽힌 사연

김면규 세무사

상속세법에 가업상속공제제도가 도입된 것은 1987년(조세감면규제법 제67조의 9이며 현행 법에는 제18조제2항제1호)이다.

필자가 월간지 '회계와 세무'에 '상속세의 이론과 실무'라는 제목으로 해설과 비평을 연재(1984년 3월호부터 12회)하고 나서의 일이다. 필자가 상속세법을 따로 공부한 적이 없고 실무를 경험해 본 일도 없었는데 어차피 다른 누구도 이 법에 관한 책을 출판한 사실도 없는 것 같아서 스스로 이 분야의 공부를 해 보겠다는 심정으로 외람되게 글을 쓰기 시작해 본 것이다.

이 글을 쓰는데 애로에 부딪친 것은 참고할만한 마땅한 책이나 자료가 없었다. 세무공무원의 교육용 교재뿐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교재는 과세에 필요한 최소한의 해설서에 불과하고 이론적 제시가 별로 없었다.

별 수 없이 일본 상속세법(저자 外山喜一, 소화 51년 판)을 구하여 많은 부분을 인용해 가면서 서술해 내려갔다. 한가지 다행스런 것은 우리나라 세법이 일본 세법과 비슷하여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이다.

때마침 1년간의 연재를 끝내고 나니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속세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자는 제의를 하면서 필자에게 주제발표를 부탁하기에 이를 승낙하고 어느 날 그 세미나에 임하였다.

그 날의 발표와 토론 중에 가장 생생하게 기억되는 부분은 다름 아닌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대목이다. 이 주장은 필자의 창의(創意)가 아니라 전술한 일본 상속세법 책에서 빌려 온 내용이다. 도입취지는 이러하다. 사업용 상속재산에 고율(50%)의 상속세가 부과되면 당해 재산을 팔지 않고서는 납부세액을 마련할 수 없게 될 것이며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하여 상속재산을 처분해 버리면 가업을 계속하여 경영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대를 잇는 계속적인 육성책으로는 제법 쓸만한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다.

토론자들은 대부분 기업 관련 인사들이었기에 도입을 환영한다는 논조였으나 재무부의 담당관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내가 재무부의 사무관으로서 200원짜리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중소기업의 사장들은 까만 승용차를 타고 다니지 않느냐? 그런데 작은 기업이라고 하여 여기에 무엇을 더 도와주어야 한단 말이냐?"고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일반사회인과 공무원 사이에는 상당한 의식의 차이가 있구나 하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세미나가 있고 난 다음 해의 세법 개정에서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도입되어 실정법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으며 필자로서는 흐뭇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토론에 참가해 준 사무관이 오히려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이 때의 상속공제액은 1억 원을 한도로 하였다. 지금과는 화폐가치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기업을 계속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너무 미약한 금액이었다. 어떤 사람은 "공제해주나 마나"라고 혹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는 '시작이 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 후 또 한번의 개정을 통하여 공제액을 5억원으로, 또 10억원, 100억원, 300억원, 마침내 500억원까지 공제할 수 있도록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가업승계' 제도를 함께 도입한 것이다. 가업상속은 상속이 개시됨으로서 가업용 재산이 상속인에게 이전되는 시점에 상속세를 경감해 주는 제도이며 가업승계는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즉 피상속인이 생전에 자녀 등 상속인이 될 사람에게 미리 증여한 데 대한 세액 경감제도로서 상속 개시전부터 미리 상속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다만 가업승계 재산은 법인의 주식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상속공제와 다르다. 현행 법 규정은 가업승계공제액(100억)이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증여세를 내고 가업승계후 상속이 개시되면 그 가업승계재산은 다시 상속재산에 합산되어 상속세로서 과세된다는 점에서 그 활용도가 아주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며칠전 한국에서 개최된 한일(韓日)간 세무사연맹의 제23차 합동회의에서 일본 세무사(稅理士)의 연구발표를 들어보니 일본은 상속세의 유예제도를 채택하여 그 상속재산이 세대를 건너서 까지도 계속하여 가업에 제공되고 있다면 계속하여 유예해 주는 제도라는 설명을 듣고 우리나라도 한번 검토해 볼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상속공제제도의 도입경위를 간단히 설명하고 일본 저자 외산희일(外山喜一)의 책을 많이 표절했었다고 고백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더니 모두 웃음으로 막을 내렸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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