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전환 반대이유로 미용목적 성형수술과 치료목적 수술의 구별이 어려워서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과세되는 가공식료품과 면세되는 미가공식료품은 간단하게 구별되는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문제점들이 수없이 많지만 우리는 몇가지 원칙의 개발과 예규의 도움으로 조세형평성 원칙에 맞도록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제도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만약에 그러한 어려움을 내세운 반대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면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아마도 과세할 수 있는 영역은 지금보다 대폭 축소될 것이다.
면세제도에는 이러한 과세와 면세의 구별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부가가치세는 간접세로서 납세자의 개인적 상황을 반영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고. 소득에 역진적인 세부담을 부여하기 때문에 현실의 부가가치세는 소득세와는 다른 소득재분배적 요소를 가진다. 복수세율구조와 면세/영세율제도가 그것이다. EU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복수세율구조를 가지고 생필품 등에 대하여는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경감세율도 세율을 달리하여 과세하는 것이므로 부가가치세 시스템에서 특정 재화를 과세에서 제외시키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로 이뤄진다. 면세와 영세율의 적용이 바로 그것이다. 면세제도는 소비에 나타나는 담세력과 관련해 부가가치세의 역진성 부담을 시정하는 정책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영세율제도는 원래 간접세의 소비지국 과세원칙(destination principle of taxation)에 입각해 수출하는 재화에 적용하는 것이나, 수출하는 재화에 영세율을 적용함으로써 부수적으로 '수출산업 지원'이라는 조세정책적 효과 또한 달성할 수 있다.
EU에서 독일과 같은 나라는 수출품과 수출과 유사한 경제행위에 대하여는 영세율을 적용하고 그 외 일부 분야에 면세제도를 적용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반면에 영국과 아일랜드는 수출과 수출과 유사한 경제행위 이외의 분야에 대하여도 영세율을 광범위하게 적용시키고 있는데 예를 들어 아동들이 주로 소모하는 재화들이 주로 그 대상이다.
영세율의 경우 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함으로서 최종소비재의 부가가치세 부담이 완전하게 없어지는 반면, 면세의 경우 면세재화를 공급하는 사업자가 매입액에 포함된 세액을 환급받지 못하므로 부가가치세의 부담은 부분적으로만 줄어든다. 따라서 면세의 효과는 마지막 단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생산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의료서비스의 경우 의사의 진료에 대한 대가의 약 60%가 의료장비, 사무용품 등의 구입에 들어간다면 이는 의료서비스에 6%의 부가가치세율이 적용되는 것과 같은 경제적인 작용을 하는데 이는 의사가 자신이 구매한 의료장비와 사무용품에 포함된 매입부가가치세 부담을 환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면세재화에서 실제적으로는 부분적으로만 부가가치세 부담이 면세된다는 사실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또 있다. 많은 면세재화들이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재화의 생산과정에 매입재화로 투입되는 경우 여기서 생산되는 최종적인 소비재화는 자신에게 투입된 면세 매입재화로 인해 과세 매입재화에 비해 더 과중한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누적효과). 이는 앞의 의료서비스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면세재화도 부가가치세 세부담을 내용적으로 포함하는데 이 부담은 동 재화가 형식적으로 면세재화이기 때문에 환급의 대상이 되지 않고 따라서 최종재화의 생산자는 이 부분을 스스로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세부담의 전가 및 귀착과정에서 불필요한 가격왜곡효과가 발생하게 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러한 효과가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연구는 없지만 독일에서 1988년에 Gottfried와 Wiegard 같은 학자들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유효 부가가치세부담의 63%가 소비재에, 21%가 중간재에, 그리고 16%가 투자재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전체 부가가치세 부담의 37%가 누적효과를 야기하는 부가가치세 부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도 독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면세제도를 통해 부가가치세의 명분과 정당성이 심하게 손상된다. 또 면세재화 및 과세재화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부가가치세의 부과절차도 매우 복잡하다. 인위적인 매입세액공제비율을 설정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징세비용과 납세협력비용이 높다. 효율적이고 공정하면서 제대로 기능하는 부가가치세 제도를 위해 우리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모든 면세 대상품목을 과세로 전환하되, 여기에 경감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과세를 강화하려는 방향으로의 조세제도 전환에 대해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면세에서 경감세율로의 전환은 실제로 과세의 강화가 아니며 이를 국민들에게 잘 설득해야 한다. 의료서비스, 교육서비스, 미가공식료품에 대해 4%의 세율로 과세한다면 과세대상 매입재화의 비중이 매출액의 40%를 넘는 사업자에게는 오히려 환급으로 인해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면세대상품목을 경감세율의 적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면서도 기존의 면세영역이 사라지고 과세영역으로 통합되면서 부가가치세 과세거래의 상호검증 기능(Cross-Check Function)이 비로소 완벽하게 기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면세제도의 경감세율제도로의 전환을 통해 전체적으로 정부의 부가가치세 세수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는지에 대하여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할 것이나 이를 통해 세수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면세제도 하에서 누적효과를 통해 슬그머니 세수를 환수해 왔으나 이를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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