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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6. (금)

[시론]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는 유지돼야 하는가?

곽태원 서강대 교수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참여정부가 강조했던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후속 정부가 그것을 없애기 어렵도록 만든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것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정치적인 지지기반을 확고하게 마련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이러한 자신감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차기를 도모하는 정치인들이 대부분이 문제 많은 제도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떠나서 생각할 때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를 차기에도 계속 갖고 가야 하는가?

 

우선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목표 설정부터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다른 정부들처럼 참여정부도 부동산 투기의 근절과 주택가격의 안정을 정책목표로 내세웠다. 너무 당연한 목표설정 같지만 부동산 투기라는 것은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에 그것을 근절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인 것이다.

 

흔히 '투기'라고 하는 현상을 뿌리뽑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장을 폐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목표에 집착하게 되면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수단들을 동원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주택가격 안정은 올바른 목표인가? 이것 역시 바른 목표가 될 수 없다. 주택가격의 안정이 아니라 주거생활의 안정이 올바른 목표이다. 주택가격을 묶어 놓아도 실제 주거비는 매우 높아질 수 있고 주택의 품질이 열악하거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주거생활은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다.

 

주거생활의 안정은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가장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지만 주택가격의 안정을 목표로 삼게 되면 반시장적 정책수단이 채택될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정책수단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주택가격의 안정이 바른 목표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보유세 폭탄을 채택했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

 

보유세를 갖고는 잘해야 일회적으로 주택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도 많은 문제들이 뒤따른다. 우선 주택의 거래가격은 떨어지지만 주거비는 떨어지지 않는다. 싼 가격에 집을 구입해도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주거비에는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유세 강화로 주택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주택의 가격은 시장 사정에 따라 다시 등락을 보일 수 있다. 만일 부동산 시장에 인플레이션 요인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보유세로 주택가격을 낮춘 것이라면 거기서부터 다시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다. 인플레이션 요인이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의 안정이라는 말의 참된 의미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라고 본다면 보유세 강화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정책의 목표와 수단뿐 아니라 타깃도 잘못 선정돼 있다. 주택시장에서도 다양한 품질의 상품이 다양한 가격으로 공급됨으로써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시장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의 간섭이 필요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바로 이 영역의 일이다. 그러므로 소위 버블세븐 지역을 집중공격한 것은 일반인들의 시기심을 자극하는 얄팍한 정치적인 술수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참여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조세정책이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두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나는 무리한 세율이다. 독일에서는 부동산 보유세가 해당 부동산으로부터의 수입의 절반을 넘으면 위헌이라는 판례를 가지고 있다.

 

절반이라는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기 어렵지만 이것은 국가가 국민의 재산권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헌법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토지보유세로 임대수익의 100%를 환수해 토지를 공유화하자는 제안을 한 헨리 조지의 주장에 대다수의 학자들이 냉담한 것은 그것이 시장경제의 바탕이 되는 사유재산제도를 크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의 임대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부담을 요구함으로써 개인의 재산권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과표 조정이 완전히 끝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살면서 국가에 상당히 높은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것은 보유세 강화로 사유재산에 대한 국가의 지분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일반 대중의 시기심을 이용해 소수 부유층의 무리한 부담을 정치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도 자체가 저질의 정치행태라고 할 수 있지만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관행을 만들어 놓는 다면 그것은 국민의 자유와 시장경제체제의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를 계속 갖고 가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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