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이파리 흙 들시고 뽀시시 하던 봄부터 황소독 해야 한다며 가시나무 동이채 불구덩이에 밀어 넣으면 도라무깡은 벌겋게 달아올라 황을 품은 물은 검붉게 끓어오르고 아직 잎도 나기 전부터 황소독으로 누렇게 뒤집어 쓴 그 사과나무에서 안될 것 같은 꽃이 피고 구슬 만한 열매 달린다 긴 여름 가뭄과 싸우며 한 방울 물을 그만큼의 땀과 맞바꾸는 동안 차츰 사과를 닮아간다
이방인들이 풍요를 노래하는 가을 그 가을은 새로운 노동의 시작 행여 다칠새라 숨죽이며 한 알씩 따다 담았지만 상인들이 들이닥쳐 이리 깎고 저리 깎여 자식들 등록금 마련하기 힘들었던 사과농사
그 농사를 팔자 좋은 아내 아무 생각 없이 이리 저리 두껍게 사과껍질 벗겨낸다 내 아픈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