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산을 오릅니다 작은 나뭇가지 막 떨어지려는 이슬 같은 눈물 방울 매단 채 얼어있습니다 커다란 주목 쳐진 이파리 끄트머리에 자잘한 얼음포도가 영글었습니다 도심의 나무들 작은 전구로 몸을 감을 때 산 속 나무는 해와 별을 전원 삼아 꺼지지 않는 고드름 등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앞만 보며 오르다 허리 펴며 돌아본 길 불투명한 하늘이 눈으로 내리고 내린 눈은 나뭇가지를 빌어 표백해 낼 수 없는 절대 백색을 온 산에 칠했습니다 그 아래 나무는 바늘모양 잎새까지 눈가루를 받아 가볍고도 높은 겨울 꽃을 피웠습니다 산을 찾은 사람들은 더없이 충실한 관람객이 되어 이들의 겨울 전시회장을 드나들다가 하늘도 산도 그 사이 사람들도 1월 달력그림 같은 하얀 풍경을 자꾸만 돌아보며 내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