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봉 넘어 진밭골 가던 길 몰라 낯 선 욱수골에서 헤맨다 허수룩한 등산객 하나 어설퍼라 그대도 길 잃은 길손인가 고무줄 새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우습다 안면 살피니 30년 전 헤어진 고향 옛 동무
(요새 같은 세상에 고무줄 새총에 맞을 새 있나 어허! 기러기도 잡았다고 그놈의 허풍 옛날 그대로 살아있구나)
까마득한 세월 불러 앉혀 켜켜이 쌓인 추억 한밤으로 펼쳐내니 기웃거리던 酒母가 마침내 끼어 든다 주인이 객이 되니 아쉬울 거 더욱 없고 넉넉한 술판 위로 넘실대는 그 옛날 우리는 천제(天梯) 타고 내려온 영광의 후예 밤새도록 외쳐대도 말릴 사람 아무도 없다 이튿날은 장모님 생신 남은 술 기운이 기어코 속을 뒤집어 송장같이 널부러진 등 위로 아내 눈초리 칼날 되어 다가서니 동무야, 니 두 번 다시 고무줄 새총 같은 것으로 새를 잡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