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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6. (금)

[시론] 우리나라의 소득세, 누가 얼마나 부담하나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시장에서 노동이과 자본의 공급 대가로 근로소득, 사업소득, 임대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각종의 자본이득 등 다양한 형태로 소득을 획득한다. 소득이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소득세가 과세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경우가 아니라면, 이자·배당소득처럼 단일세율로 원천과세되는 경우도 있지만, 소득세의 근간을 이루는 근로소득세나 사업소득세 등의 경우에는 대부분 누진과세되고 있다.

 

 소득세는 누진과세를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나타낸다. 누진과세라 함은 저소득자일수록 세부담을 낮게, 고소득자일수록 세부담을 높게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세부담의 절대액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소득자일수록 소득에서 차지하는 세금의 비율이 더 높아지도록 세부담을 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것를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득세는 세후소득의 격차가 세전소득 격차보다 작아지게 한다.

 

 소득세 누진과세는 보통 누진세율구조와 소득공제의 두 가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누진세율구조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소득의 증가속도보다 세부담의 증가속도가 더 빨라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소득공제의 경우에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한 액수만큼 소득공제를 해준다고 하자. 소득금액이 공제수준과 같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면세자가 돼 소득세가 면세된다. 소득금액이 그보다 큰 사람들은 공제액을 초과하는 소득금액(과세표준)에 대해 소득세가 과세된다. 과세표준에 단일세율로 과세하면 소득세 부담비율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된다. 그렇지만 소득공제액을 포함해 전체소득을 기준으로 세부담률을 구해 보면, 과세표준 소득이 작을수록 세부담률이 크게 낮아지고 과세표준이 큰 고소득자일수록 세부담률이 작게 낮아진다. 소득공제는 이와 같이 다소 복잡한 과정을 통해 누진과세의 효과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득공제와 누진세율 체계가 공히 결합해 높은 소득세 부담 누진도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높은 수준의 누진도에도 불구하고 소득세 및 소득세를 포함한 직접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기준으로 세전·세후소득 지니계수의 변화율을 측정하면 소득재분배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 필자가 추정해 본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세 및 직접세 전체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2009년 현재 3.0%4.1%이다. 선진국에서는 직접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뉴질랜드 4.7%, 미국 5.9%, 영국 7.7%, 캐나다 8.9%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현저하게 크다.

 

 우리나라 소득세(직접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은 주된 원인은, 소득세 규모 또는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소득세 비중이 상당히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소득세는 누진적인 세부담 구조를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소득세의 세수규모도 충분히 커야만 소기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세부담의 누진도 강화에만 집착하고 소득세 규모의 증대에는 등한시해 온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소득세의 누진부담 구조는 어느 정도인가· 세부담의 누진도는 소득계층별 세부담의 집중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근로소득세의 경우 2009년 현재 상위 17.9%가 총세수 12.9조원 가운데 92.3%를 부담했다. 1,429만명의 근로소득자 중 256만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연간 급여소득으로는 42003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소득자가 해당된다. 종합소득세의 경우에는 이보다 세부담의 집중도가 훨씬 크다. 상위 사업소득자 498만명 중 14.3%가 전체 세수 11.7조원 가운데 93.6%, 상위 21.5%가 전체 세수의 96.7%를 부담할 정도로 세부담이 극단적으로 집중돼 있다. 상위 14.3%의 사업소득자라면, 연간 사업소득이 신고기준으로 약 3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이다. 사업소득 중 탈루비율이 약 20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실제소득은 대략 35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흔히 국민들 대다수가 매우 높은 수준의 소득세를 부담하고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 근로소득자의 41%, 사업소득자의 3분의 1이 면세자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면세자 비율이 2025%에 불과한 데 비해 상당히 높다. 과세자라고 하더라도 1418% 정도의 최상위 소득자들이 소득세의 거의 전부를 부담하고 나머지가 전체의 47% 정도를 부담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소득세 세원은 그 층이 매우 얇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동안 '서민·빈곤층 보호'라는 미명하에 소득공제 확대가 남발됐던 것이 주된 원인이다. 서민·빈곤층은 이미 오래 전부터 면세자였기 때문에 소득공제 남발을 통한 면세점 확대는 구호와 달리, 담세력이 충분한 중산층에 필요 이상의 세경감 혜택을 부여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이 됐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복지국가치고 우리나라처럼 소득세 부담이 극단적으로 집중돼 있는 한편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한 나라는 별로 없다. 복지국가 진입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소득세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소득세의 과세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담세력이 충분하면서도 그동안 실효과세율이 충분하지 않았던 소득계층을 중심으로 국민개세주의의 관점에서 소득세 세원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요청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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