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전망을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2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새 정부들어 그동안 관례를 깨고 보수적인 경제성장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에 반해 한국은행은 훨씬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달 중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부터 정부와 한국은행의 충돌은 시작됐다.
정부는 당초 3%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을 2.3%로 수정 제시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잘못된 예측과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 실패에 따라 12조원의 세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반해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예측했다. 단 정부의 세입 착오는 배제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면서 경제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정부 일각의 요청도 거부했다.
정부는 "세입착오를 한은이 배제했기 때문에 성장율이 정부와 0.3%p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같다"며 해명에 진땀을 뺏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5일 김중수 한은 총재는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올 1분기 성장률이 0.9%로 지난해 3분기 0.0% 이후 성장률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추경의 국회 통과에 메달리는 정부를 머쓱하게 했다.
기재부는 이에 "지난해 3분기 이후 우리 경제사정이 워낙 안좋아 좋아 보이는 것이며 전년동기로 보면 잘 나온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날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당장이라도 특단의 조치(추경)을 취하지 않으면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한단계 높은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뒷맛이 게운치는 않다.
이 처럼 경제성장률을 놓고 정부와 한은의 격돌이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면에는 경제성장률 1%가 갖는 의미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성장률 1%에 따라 일자리수가 바뀌고 정부 예산이 달라진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 일자리 7만6000개가 줄어들고 가계소득은 3조원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는 1700억원이 늘고, 근로소득세는 3500억원, 법인세는 4500억원이 덜 걷혀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성장률을 2.6%로 수정조정하면서 취업자수가 30만명에서 28만명으로 2만명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저소득층의 증가를 우려했다. 1% 하락시 저소득층의 소득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줄어 저소득층이 0.37%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1%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고 데미지는 저소득층이 더 크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에 추경 19조3000억원(기금 2조포함)을 풀게 되면 경제성장률을 0.3% 정도 끌어올리고 이를 마중물로 하반기에는 당초 예상했던 경제성장률 3%대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1%가 과연 '미(美)학'이 될지 '추(醜)학'이 될지 국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