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기소된 안원구(50)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에서는 인삼차와 메모장에 대한 진실공방이 전개됐다.
안원구 전 국장의 항소심 3차 공판은 25일 오후 3시부터 서울고등법원 403호 법정에서 개최됐다.
이날 공판에서는 안원구 전 국장에게 3억원을 빌려준 기업체 대표 서 某씨의 세무대리인이자 안 전 국장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임 某세무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또 C건설사 배 某회장의 친구이자 C건설사 세무조사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사무관으로 있으면서 안원구 전 국장에게 세무조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는 김 某세무서장이 증인으로 참석,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안원구 전 국장의 변호인측은 이날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임 세무사에게 안원구 전 국장에게 1억원을 전달한 시점과 과정, 방법 등에 대해 추궁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안원구 전 국장에게 1억원을 줄 생각은 언제 했느냐. 1억원을 전달한 시점이 골프를 친 후라면 골프를 같이 친 사람들을 탐문해 보면 1억원을 전달한 날을 알 수 있지 않느냐. 얼마나 자주 골프를 쳤느냐. 일정관리를 메모해 두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임 세무사는 "특정하기 힘들고 곤란하다. 골프를 같이 친 사람들을 탐문을 한 적이 없다. 골프는 일요일은 교회를 가기 때문에 거의 치지 않지만 토요일은 거의 대부분 친다. 국정 공휴일에도 자주 친다. 메모는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 보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안원구 전 국장이 국세청 감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나. 안 전 국장과 관련해 국세청 감찰을 받은 적이 있느냐"라는 변호인측의 질문에 대해서는 "소문을 들어 안 전 국장이 국세청 감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특정한 날은 기억이 안난다. 국세청 감찰과 6급이하 직원으로부터 2번 정도 전화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변호인측은 또 "1억원을 전달하기 위해 안원구 전 국장의 평창동 자택에 몇 시에 갔나. 그 전에는 몇 번 정도 안 전 국장의 자택을 찾았나. 1억원 전달당시 인삼차를 마셨다고 했는데 그 전에 찾았을 때는 무슨 차를 마셨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임 세무사는 "안 전 국장의 자택을 찾기 전에 차 안에서 전화를 했으며, 집으로 오라고 해 저녁 9시쯤에 갔다. 안 전 국장의 부인인 홍혜경씨가 운영하는 가인갤러리의 기장을 맡고 있어 그 전에는 3~4번 정도 안 전 국장의 자택을 찾은 적이 있다. 1억원 전달 당시에는 인삼차를 마신 기억이 나지만 그 전에 방문했을 때는 무슨 차를 마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변호인측은 "1억원 전달당시 인삼차를 마신 것은 기억하면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기억을 못할 수가 있느냐"면서 "1억원을 담은 쇼핑백이 몇 개인지 재질이 무엇인지 기억을 못한다고 1심에서 답했는데 인삼차를 마신 사소한 것은 기억하면서 1억이라는 거금을 담은 쇼핑백이 몇 개였는지 재질이 무엇인지 기억을 못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임 세무사는 "인삼차를 마신 것은 얼핏 기억이 난다"면서도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인식하지 못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질문을 피해갔다.
임 세무사에 이어 증인석에 앉은 김 某서장에게 변호인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메모장에 대해 ▲어떻게 작성하게 됐는지 ▲누구와 상의를 했는지 ▲알선수재 요건에 맞춘 듯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을 작성하게 됐는지 ▲메모장 내용 중 페이지에 표시가 된 것이 있는 데 무슨 이유인지 ▲메모장 내용 중 밑줄을 긋고 내용을 고친 것이 있는데 왜 그랬는지 등에 대해 추궁했다.
김 서장은 이에 대해 "C 건설 백 회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조사를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름대로 예상 질문에 대해 답변을 작성했다. 그날이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온 당일 오전으로 기억하는데 갑자기 나와 양복 상위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누구와 상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사무실에서 혼자 작성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백 회장의 전담 변호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이전에 2차례정도 백 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면서도 "만날 장소가 없어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것일 뿐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거나 의논을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변호인측은 "기업의 회장이 만날 장소가 없어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나느냐"면서 "메모장의 내용이 꼭 알선수재에 맞춘 듯 예상 질문답변이 돼 있다"고 추궁했다.
또 메모장 내용 중 페이지에 표시가 된 것과 밑줄을 긋고 내용을 고친 것에 대해서는 "메모장을 작성할 때와 사건이 있었을 때는 상당한 시차가 있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작성하는 과정에서 써 보면서 기억이 나면 고쳐 쓰려고 한 것인데 검찰이 갑자기 나와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결심공판은 추석연휴 다음날인 오는 9월24일 오후 2시에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