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세무검증제도'가 신고납세제라는 대원칙과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므로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3일 기재부가 발표한 '2010년 세제개편안' 중 세무검증제 도입이 "세무조사라는 납세자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사무를 민간 세무사에게 위임하는 책임전가 행위"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납세자연맹은 ▲자진신고제라는 세법상 대원칙 위배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실효성 의문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연맹에 따르면 현행세법은 납세자 스스로 세금을 신고∙확정하는 '신고납세방식'을 채택해 시행하고 있으며, 국세기본법은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에 명백한 탈루 자료가 없다면 신고내용은 '진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세금 탈루여부는 세무공무원의 세무조사에 의해 가능하며, 이때 세금을 탈루할 경우 본세의 100%에 가까운 무거운 가산세(부당과소신고 가산세 40%, 납부불성실가산세 연 10.95%(5년후 추징 54.75%))를 부과하고, 조세포탈범으로도 형사처벌하는 등 납세자의 성실납세를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무검증제'는 세금신고전에 납세자에게 또 다른 의무를 부여하는 '이중부담'이며, 세무조사라는 납세자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사무를 민간 세무사에게 위임하는 '책임전가 행위'로써 신고납세제라는 대원칙에 반한다는 게 연맹의 주장이다.
연맹은 또한 이미 자영업자 세원양성화를 목적으로 여러 제도가 도입돼 시행되고 있고, 제도의 효과를 검증도 없이 또 다시 추가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특정 직업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만큼 헌법상 '입법 목적이 정당해도 재산권제한의 수단이 적절하고 재산권 제한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없이 특정납세자를 차별함으로써 조세평등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연맹이 말한 자영업자 세원양성화를 목적으로 도입·시행되고 있는 제도는 ▲현금영수증 발급의무화 ▲적격영수증 미발급 과태료부과 ▲가산세 상향조정 ▲고액탈세범 형벌 강화 ▲사업용계좌제 도입 등이다.
연맹은 아울러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납세자에게 비용을 받고 납세자를 도와주는 대리인인 세무사에게 세금탈루를 찾아내 납세자인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일을 하라는 것은 애당초 실효성이 없으며, 세제개편안이 제시한 체크리스트에 의해 매출누락과 가공비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시간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게 연맹의 지적이다.
그런 만큼 제도의 실효성이나 세원양성화면에서 효과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의 납세비용만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연맹은 예상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이번 세무검증제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조세정책 사례"라며 "세무검증제가 도입되면 고소득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 제도가 확대 시행될 것이 확실시되므로 결국 모든 자영업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