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세무사 자격증을 공짜로 주어서는 안 된다

2003.10.02 00:00:00

김면규(金冕圭) 세무사


필자는 지난 4월17일자의 본 란을 통해 '세무사 직무의 올바른 이해'라는 제목으로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개념을 정리하고 이러한 개념적 차이에 따라 공인회계사의 자격과 직무는 세무사의 자격과 직무와는 구별돼야 하는 이유와 그 당위성을 제시한 바 있다.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는 국가가 공인한 자격사이나 각각 그 직무영역을 달리하게 함으로써 업무의 분업화를 통한 전문성을 높이고 능률을 향상시키는 경영원리가 작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격을 취득하는 시험제도가 다르고 주무관청이 다르며 관리체계도 달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격사제도의 취지와는 다르게 세무사법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게 세무사 자격증을 공짜로 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지금으로부터 43년전 세무사법을 제정할 당시에 등록되는 세무사가 100여명에 불과하자 그 인원을 확보하는 대책으로 세무사 자격과 유사한 자격사에게 공짜로 자격증을 줬던 한 시대적 낡은 유물에 불과한 것이다.

그 무렵에는 세무사 자격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도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하던 때였으며, 그후 국가의 여러 제도가 정비되면서 이러한 자동자격제도는 폐지되고 오로지 시험을 통해서만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변화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의 자격제도가 초기에는 비슷한 사회환경과 여건에서 출발했으나 다른 자격사는 철저한 시험자격제로 근거 법령을 정비했는데 세무사법만 아직도 40여년전의 낡은 제도가 존치되고 있음은 부끄럽고 한심스러운 일이다.

이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은 공인회계사회, 변호사회 이른바 힘이 있는 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개정의 기회를 번번히 놓치고 만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본지 9월18일자의 시론(곽태원 교수)에서는 공짜를 좋아하는 우리 사회의 병적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치유하는 처방을 내놓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공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데 공짜를 기대하는 사회심리가 만연하고 있는 일종의 사회병리현상이므로 우리의 아이들이 공짜로 세상을 잘 사는 방법이 있다는 거짓을 믿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하물며 최고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세무사 자격을 공짜로 주는 일은 시대적 요청에 반하는 것이며 변호사, 공인회계사와 같은 사회의 중추적 지성인 단체가 공짜 취득을 고집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또 하나의 이유는 변호사법과 공인회계사법에서 당해 자격사에게 세무를 취급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변호사는 모든 법률 취급을 할 수 있는 자격사이다. 따라서 세무라는 용어는 조세법의 집행업무를 일컫는 略字이며 따라서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자격사의 명칭으로 모든 세무를 취급할 수 있으므로 구태여 세무사라는 자격증이 없어도 되고 그러한 명칭을 사용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공인회계사도 마찬가지다. 공인회계사법에 세무를 취급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있으므로 공인회계사의 자격으로 세무를 취급할 수 있으며 세무사의 자격이 따로 없어도 세무 취급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고 세무사의 명칭을 사용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세무사 자격증을 주지 않는다 해도 이미 받아 놓은 자격증은 그 효력이 지속되는 것이며 아무런 변동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인회계사나 변호사는 무엇 때문에 불필요한 세무사 자격증을 받으려고 하는가?

여러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간판과 명함을 장식하는 악세서리로서 과시효과를 노리는 것에 불과하고 세무 취급에 관한 법률상의 효력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이다.

세무사법에 관한 주무관청인 재정경제부는 확고한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용기를 내 줄 것을 청원하는 바이다. 역사는 용기있는 자의 손에 의해 발전해 가는 법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고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속에 든 칼과 같다고 했다. 오직 용기와 의지로써 현실을 뚫고 나아가는 자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세무사제도가 생기고 반세기가 되어가는 이 시점까지 숙원으로 남아 있는 이 과제가 개선돼 우리나라 세제사의 큰 업적으로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본란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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