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 추락사건 관련 항공기 전문가들의 분석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논란이 거세다. 특히 '민간 항공의 운항 기준' '빌딩숲 잠실선착장 관제 사각지대' 'LG 측의 무리한 비행 강행' '정치인 탑승 예정' 등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軍 항공 전문가들은 헬기가 착륙할 때 사선형태로 통상 8도에서 12도를 유지하는데 사고 당시 잠실 선착장에서 사고지점까지의 거리를 각도로 보면 거의 예상했던 각도대로 사선 형태가 그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안개가 없이 시야가 확보됐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고 당일의 경우 착륙장을 중심으로 헬기는 바깥쪽으로 선회했을 것이고 장애물이 없는 지역으로 착륙단계를 밟아 나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시계비행으로 원을 그리며 사선 착륙을 진행하던 중 짙은 안개가 뒤덮였다면 조종사는 순간적으로 자기 위치를 잃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 헬기충돌 추락 사건은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아 있고 블랙박스가 열린다 하더라도 그 모든 의혹이 풀리기는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먼저 규정상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두 곳에서 이륙허가를 받는데 시정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항공기 운영사가 해당 항공청에 운항 승인을 요청했다면 공항 관제탑은 과연 이 비행이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냐는 점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날 비행을 허가한 공항은 당시 시정(대기 혼탁도를 나타내는 척도)거리 1200m로 이륙 가능한 거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일 같은 시간대에 서울 상공에 이륙허가를 받은 다른 민간 항공의 같은 시간대 비행 현황과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
한편 착륙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성남비행장과 종로구 기상관측소, 기상청 그리고 비행을 허가한 김포공항 이렇게 4곳 모두 시정 상황은 제각각 달랐다.
실례로 군부대 헬기의 경우는 통상 시정이 약 2마일(3.2km) 정도 확보될 경우에만 운항을 승인한다.
그러나 사고 당시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성남비행장에서 발표한 당시 시정은 800m로 군의 비행 기준에는 턱없이 못미쳐 사고에 직접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군부대가 이런 강력한 규정을 적용하는 이유는 그 정도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으면 헬기의 평균 비행속도 150~180km에서 갑작스러운 장애물 출몰 때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헬기가 착륙할 때는 고공비행에서 의지했던 계기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때 조종사는 맨눈으로 착륙 장소를 보고 운항해야 하기 때문에 가시거리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한편 김포공항 관제탑의 운항 승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김포공항은 사고지점과 안개의 가시거리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는 것. 안개가 심할 경우 비행 중 불과 몇백 m 차이로 안개가 끼고 걷히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결국 시계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비행을 하지 말아야 했고 최종 착륙단계에서 조종사는 맨눈에 의지해야 하는 부담을 최소화 해야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베테랑인 이 두 조종사가 왜 무리한 비행을 했는지 의문점을 블랙박스가 완전히 없애 줄지는 미지수다.
일반 여객용 항공기는 비행장에서 레이더를 통해 항공기 위치와 거리뿐 아니라 고도와 속도까지 계속 실시간 상황을 설명해 주지만 헬기의 경우 착륙 장소에 그렇게 관제해줄 관제사가 없으므로 무리한 비행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고층 빌딩이 즐비한 사고지점의 경우 유일하게 김포공항과 성남비행장 그리고 강북의 군 항공대에서 관제하지 않는 사각지대였던 점이 드러나면서 민간 항공기 운항과 관련 심각한 문제점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 외에도 '고위층 탑승예정 의혹'과 관련 기장인 박인규(58) 씨의 아들이 사고 당일 아침에 아버지가 "안개가 많이 끼어 김포에서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건의했는데 회사 측이 잠실 선착장을 고수했다는 통화 내용의 진실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에 대해 LG 측은 “무리한 헬기 운행이 아니었다”며 일부 언론을 통해 회사 측이 박기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잠실에서 출발을 강요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박 기장이 시정이 5마일(약 8km)로 좋아졌다고 알려왔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은 이런 양측의 엇갈린 주장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한편 사고 전날인 15일 자에 기 보도한 대로 LG전자 측이 주최한 전북 익산의 'LG배 여자야구대회' 결승전이 있었고 지역 기사에는 다음날(16일) 주요 참석 예정자가 보도됐다.
참석 명단에는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여자야구협회 회장), 이춘석 의원, 이광한 야구협회 부회장, 이종석 익산 부시장, 허구연 해설위원, 김은영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그리고 LG전자 구본준 부회장, 안승권 사장 등이 확인됐다.
게다가 LG전자 구본준 부회장, 안승권 사장 등은 경기 관전을 위해 참석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지만 LG측은 이를 부인했고 행사에는 불참했다.
한편 김을동 의원은 애초 10시30분에 출발하려 했던 2호기에 탑승 예정이었으나 타지 않았다고 밝히며 오히려 "행사가 오후였기 때문에 차로 이동할 계획이었고 LG 측이 탑승을 요청한 것이었지 의원실에서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오전 8시55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38층의 고층아파트 아이파크 한 동에 LG전자 소속의 헬기(8인승 시콜스키 S-76 C++)가 27층에서 23층까지 외벽에 충돌하며 바로 밑 아파트 화단으로 추락해 탑승자인 조종사 박인규(58), 부조종사 고종진(37 )씨 전원이 사망했다.
국토부는 17일 오전 헬기가 충돌한 아이파크 아파트에 대해 1차 조사한 결과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번 헬기 충돌 사고를 계기로 국내 33개 헬기 보유업체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