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미술대학 졸업전시회에 교수진 승인을 거쳐 출품된 학생 작품이 성적 소수자를 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내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5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이 학교 미술대 건물에서 열리는 2011학년도 디자인학부 디자인전공 졸업전에는 '이성애 권장 반동성애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디자인학부 학생이 전시 가이드북 형태로 만든 이 작품에는 학내에서 진행했던 시각 캠페인을 담은 사진과 설명 등을 수록했다.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가 캠퍼스에 붙인 포스터 위에 "당신의 생명이 어떻게 창조될 수 있었겠습니까?(How could your life be created?)"라는 문구의 도장을 찍은 것이다.
이 도장에는 남녀의 성 상징 기호 '♂'와 '♀'가 포개져 있는 모양의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가이드북에는 "동성애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포스터에 도장을 찍어 이러한 내용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며 "생명이 양성의 합이라는 원리에 의해 주장될 수 있음을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이 작품은 앞서 한 전공수업에서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캠페인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제작됐으며, 지난 10~11월 전공 교수들이 참여하는 졸업전 중간심사와 최종심사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사회적 소수 집단에 대해 반 인권적 시각이 반영된 작품이 교수진의 심사를 통과해 전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학생은 "학생 비평과 교수 심사를 거치면서도 소수자에 대한 폭력임이 명백한 것을 '작품'으로 내놓을 수 있었던 데는 분명히 (학)과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디자인학부의 한 교수는 "미적 수준이 너무 낮지만 않으면 통과시킨다. 지금은 (작품이) 수정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본다"며 "심사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작품을 전시한 학생은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논란이 계속된다면 공개적으로 사과할 생각이 있다.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