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고액현금거래보고(CTR)자료 원본의 입수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관세청은 지난 최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박민식 의원이 주최한 ‘지하경제 양성화, 그방안은?’ 세미나에 참석해, 현행 FIU가 분석·정리한 CTR 자료가 아닌, 원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이용권한 확대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관세청이 내건 CTR 원본자료 입수의 필요성은 탈루세액 추징과 이를 통한 세수 추가확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국부유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점을 내걸고 있다.
관세청 뿐만 아니라, 국가 양대 세수조달기관인 국세청 또한 이날 세미나에서 FIU를 상대로 CTR자료의 확대된 접근권한을 요구하는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는 고액현금거래 원천정보에 대한 활용이 불가피함을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관세청이 FIU로부터 CTR원본자료를 요구하는 핵심 사항 가운데는 불법자금의 주요 세탁수단으로 수출입거래가 악용되고 있는 현상에서 착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보따리상을 통해 밀수출한 수출대금을 현금으로 수령하고 매출누락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관세포탈을 위해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밀반출하는 사례는 매년 속출되고 있다.
더욱이 일반 중소·중견·대기업등도 현지진출기업과의 정상무역거래를 가장한 비자금 세탁 및 불법자금 밀반출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다소 부적절한 비유일 수 있으나, 내국세의 경우 국내에서 불법자금이 유통되는 반면, 관세국경선에서 불법자금의 유통을 차단하지 못할 경우 결국 암달러상을 통해 휴대반출되거나 환치기계좌를 통해 국외로 유출되는 등 국부유출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결제가 아닌, 단순 외환 휴대반입실적만 보더라도 관세청의 우려가 현실적임을 알 수 있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항만 세관에 신고된 외화 휴대반출입 금액은 58억불(신고건수 6만8천여건)로, 이 가운데 6억2천7백만불(1천152건)의 밀반출 사례가 적발됐다.
나머지 정상신고된 반출입도 적법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금거래가 범칙수사 측면에서 불법자금의 주요 세탁수단 악용되는 상황에서, FIU가 보유한 방대한 CTR자료 원본을 관세청이 활용할 경우 범칙수사 및 관세 부과·징수 등에 적극 활용할 수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FIU로부터 관세청이 전달받는 CTR자료가 극히 미비하다는데 있다.
관세청이 지난 02년부터 11년까지 FIU로부터 총 5천568건의 의심거래보고 (STR)자료를 입수했으며, 이 가운데 처리완료 한 5천208건 결과 1천878건을 검거하는 등 검거비율만 36%를 상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FIU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보고받은 CTR정보는 8백만건을 넘어섰으나, 실제 관세청에 제공한 CTR정보는 1천784건으로 0.02%에 불과하는 등 FIU가 정보제공에 극히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공된 자료대비 검거비율은 1/3를 넘어서는 현실에서 오히려 제공된 자료가 부족함에 따라 검거에 나서지 못하는 역진현상을 빚고 있는 셈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관세청은 이같은 현황을 제시하며,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 2를 신설해야 함을 역설했다.
FIU의 CTR정보가 불법재산·자금세탁행위와 관련된 형사사건의 수사, 관세범칙사건 조사, 관세의 부과·징수에 활용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현행 금융정보분석원장이 법집행기관에게 CTR자료 원본이 아닌 분석·정리한 자료를 제공하는데 그친 반면, 앞으로는 관세범칙사건 조사 등의 업무에 CTR자료 원본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관세청은 다만, CTR 자료를 수출입거래와 관련된 세원확보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자금세탁 방지 등 공익과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의 법익간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새정부의 세수확보 주된 방안으로 지하경제 양성화가 제시된 현실에서 법률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관세청은 이에 대한 목표치까지 설정·제시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CTR 원본자료를 입수·활용할 경우 연간 2천541억원의 탈루세액을 추가 징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1년 32만9천436건의 CTR 자료와, 최근 3년간 상세분석자료 중 관세청에 제공된 비율(5.4%), 최근 3년간 관세청에 제공된 정보 건당 관세포찰 추징세액(1천428만원)을 곱한 수치다.
단순히 산술적인 추징세액 뿐만 아니라, 국세청 등 과세기관간의 공조를 통한 추가 세수 확보 방안도 제시됐다.
관세청은 지하시장으로 유출입되는 불법자금에 대해 관세법 등 대외거래 관련 법 위반은 관세청에서 수사·형사처벌하고, 내국세 탈루 부분은 국세청과 공조해 처벌할 경우 세수확보는 플러스 알파 효과가 파생될 수 있음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현금거래정보를 실시간으로 접근·활용해 현금 휴대밀반출자에 대한 정확한 타켓팅 단속을 벌이는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화두로까지 제시한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효율적인 방안임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으로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 상당수가 강화된 국내 자금세탁법 방지에 묶여 비자금 조성 및 사용이 제한되는 현실로, 일부 악덕 기업은 이를 타개키 위해 정상적인 무역거래를 가장해 해외로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유출하는 상황이 번지고 있다.
이런탓에 국세청은 역외탈세 전담반원들의 전문성 강화교육과정에 수출입거래를 파악할 수 있는 교과목을 반드시 프로그램에 넣고 있으며, 수출입 현장을 지키는 관세청이 CTR 원천자료를 활용하게 될 경우 이에 대한 파급효과는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관세청 관계자는 “개인금융정보보호에 대한 우려감이 높은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선의의 거래와 악의적인 거래를 분석·활용할 수 있을 만큼 과세기관의 전문성 또한 높아졌다”며, “양 전부를 헤아리지 않고서는 양떼 속에 숨어 있는 늑대를 색출하기 힘든 만큼 제한적이되 과감한 CTR정보접근권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