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가 있는 딸을 잃어버렸던 6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39년여만에 딸을 되찾았다.
대구시 동구에 사는 김모(67.여)씨가 딸을 잃어버린 것은 지난 1972년 8월 어느 날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날 지적장애 2급인 딸(당시 만 6살)은 집 밖으로 놀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TV는 물론 전화까지 드물던 당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딸을 찾으려고 김씨 부부는 전국을 찾아 헤맸고, 몇 해 전에는 한 방송사의 가족찾기 프로그램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이후 김씨 부부는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살기만을 기도하며 딸 찾기를 포기한 채 가슴 한 곳에 딸을 묻고 생활해 왔다.
그러나 김씨 부부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해가는 딸에 대한 그리움을 지우지 못해 "죽기 전에 한 번만 더 찾아보자"는 심정으로 지난 8월 대구 동부경찰서를 찾았다.
사연을 전해 들은 경찰은 박씨의 실종 당시 모습이 남아있는 빛바랜 사진 1장을 수사 자료로 해 전국의 모든 복지시설을 뒤졌고, 부산의 한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던 40대 여성이 사진 속 박씨의 모습과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모른 채 다른 성(姓)을 갖고 생활하던 이 여성을 발견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 가족과 이 여성의 DNA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고, 이들이 가족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경찰의 도움으로 지난 1일 오후 부산의 복지시설에서 죽은 줄 알았던 딸을 찾은 김씨는 부둥켜안고 한동안 오열했다.
수십년 만에 딸을 안아보게 된 김씨는 "딸을 잃어 버리고 하루도 마음 편하게 웃거나 편하게 잠을 잔 적이 없다"며 "이제 두 번 다시 헤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딸을 찾는데 도움을 준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윤순남 경사는 "39년여만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이번 김씨 가족의 상봉이 전국의 수많은 장기실종자 가족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 가족은 박씨가 갑자기 생활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생활에 적응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당분간 박씨가 그동안 생활해온 복지시설에 머물도록 할 예정이며, 조만간 가족회의를 한 뒤 거주지 이전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