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납세지 변경전 관할세무서장의 양도소득세 납세고지서 수령을 거부하고 3일후 수취거부 사유서를 제출한 사안이 있었다. 주된 거부사유는 납세지 변경이후에 납세지 변경전 관할세무서장의 납세고지서 송달행위는 납세지 관할을 위반한 무권한 행위로서 행정처분의 부존재 또는 당연 무효이므로 취소의 절차도 필요도 없다는 행정법원론적 논리였다. 그러나 납세자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기네들의 양도소득세 결정처분은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자유심증주의의 산물이라고나 할까. 판례 및 심사·심판례 등은 부존재나 당연 무효는 아니더라도 납세지 관할을 위반한 조세부과처분은 조세법규의 위반이므로 취소사유에는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당연히 결정처분을 취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자기네가 행한 양도소득세 결정처분이 적법하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당해 납세자는 某 세무사를 통해 당해 양도소득세 결정처분은 적법하지 않다는 사연을 전달했다. 조세행정처분이 완전한 효력을 발생하려면 행정처분의 성립요건인 효과의사와 표시의사 그리고 표시행위가 모두 충족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소지가 변경되기 전까지 표시행위인 납세고지서를 송달하지 않으므로서 표시행위를 결여했기 때문에 적법한 양도소득세 결정처분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서류송달의 효력발생시기를 도달주의에 의하고 있는 바 주소지(납세지) 변경 이후의 변경전 관할세무서장의 납세고지서 송달행위는 무권한 행위로서 표시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당해 주소지(납세지) 변경전 관할세무서장 및 관련 공무원들은 상급기관에 질의를 냈다며 납세고지서를 강제로 수령시키려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자행하면서 납세자의 심기를 몹시 괴롭혔다. 질의회신문 이후의 행위는 더욱 가관이었다. 국세청에서 자기네 결정처분이 적법하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또다시 납세고지서의 강제수령을 요구하는 등으로 기세등등했다.
그러나 필자는 질의회신문의 내용을 보는 순간 중치가 막혔다. 자기네들의 양도소득세 결정처분이 적법하다고 회신되도록 한 유도질의가 명백했기 때문이다. 바로 다음날 "객관적인 재검토와 응분의 조치를 바란다"라는 글을 써서 2개의 중앙신문사에 송고했다.
하지만 평생을 몸담았던 국세청의 이미지와 중견관리자 교육과정과 세무서장 후보 교육과정에서 우등상을 같이 받았던 인연으로 존경하고 사숙하는 국세청장과 당해 국장 등 두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 필자를 괴롭혔다. 따라서 당해 국장에게 신문사에 송고한 글을 팩스로 전송했다. 그 이튿날 당해 세무서의 담당 주무로부터 "결정취소를 하려고 하니 그리 알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신문사에 퇴고를 요청할 일이 걱정이었다.
국세기본법에다 납세의무자의 성실성 추정을 규정한 입법취지는 무엇이겠는가. 납세자의 의견은 존중돼야 하고 신중을 다해 조치를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복청구 대리인인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당해 세무서의 관련 공무원들에게서는 그러한 면면들을 엿볼 수가 없었다.
필자는 평생동안 국세행정의 요람에서 실무의 소양을 갖췄고 22년차의 대학 출강으로 조세전문가의 기량을 닦고 있다. 공권력관계설의 입장에서 국고수입을 주목적으로 하는 전근대적 조세법과는 달리, 오늘날의 조세법은 채권채무관계설의 입장에서 납세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이라는 데에 비중을 두고 있다. 납세자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그런데도 당해 세무서의 관련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행정처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조세부과처분의 위법부당성의 주장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기준시가과세와 실가과세의 적용판단기준인 주택 수의 계산에 관한 규정과 1세대2주택의 경우 2005년까지는 기준시가과세가 적용되고 2006년부터 실가과세가 적용된다는 규정도 모르고 있었다. 이토록 함량미달의 자질로서 오로지 자기네 주장만 내세우는 것이었다.
필자는 국세청 산하 후배 동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젊은 동료 세무사들에게 꿀리지 않기 위해 대학교수의 정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출강하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명색이 좀 아는 사람이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입장에서 납세자 등의 올바른 의견에 불감했던 당해 양도소득세 결정처분과 관련된 공무원들의 행태가 몹시 염려스럽고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세칭 전관예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철저하게 안면몰수하며 필자의 의견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태에 한 인간으로서 배신감과 통분함을 버릴 수 없었다.
다소 조세전문가의 소양을 갖춘 필자에 대해 그러할 때 조세분야의 전문인이 아닌 일반 납세자에 대하여는 어떠하겠는가. 관련 공무원들의 그러한 행태는 '뇌물수수행위'보다 더 가증스럽다는 생각이었다. 구조조정돼야 할 공무원들로 여겨졌다. 선배 동료로서 도리는 아니지만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응분의 징계조치와 당해 관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할 요량이었다.
납세자의 의견에 불감한 공무원들이어서는 절대로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