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노(CFE 규제개혁센터 연구위원, csn@cfe.org)
2003년 세금해방일은 4월 1일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은 정부가 국민에게 부과한 세금을 내기 위해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2003년 세금해방일은 4월 1일이다. 따라서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90일 동안 일해서 벌어들인 소득은 정부에 세금으로 내야하고,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275일 동안 자기 자신의 소득을 위해 일한다고 할 수 있다.
세금해방일은 조세총액을 국민순소득(NNI)으로 나눈 조세부담률을 연간 365일로 분할하여 산출한 날이다. 계산에 사용된 2003년의 조세총액은 예산 142조 4,215억 원이며, 국민순소득은 명목 예상치 571조 9,523억 원을 사용했다. 조세총액을 국민순소득으로 나누면, 조세부담률은 24.9%이다. 즉 국민이 부담해야할 조세부담은 국민순소득의 24.9% 수준이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나누어 보면 365일 중 90일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민들은 90일이 지난 4월 1일부터 자기 자신의 소득을 위해 일을 시작하게 된다.
세금을 일년 동안 하루 일과 중에서 매일 매일 부담하는 것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 하루 8시간 근무로 계산한다면, 오전 9시에서 오전 11시까지 2시간 일한 것은 세금을 내기 위해 일한 시간이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6시간은 자신의 소득을 위해 일한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물론 1시간의 점심시간은 빼고 말이다. 이것은 매일 일하는 8시간 가운데 2시간은 세금을 내기 위해 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30년 동안 42일이나 늦춰진 세금해방일
세금해방일은 과거 30년 동안 계속 늦어지는 추세다. 국민이 부담해야 할 조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1973년 세금해방일은 2월 18일이다. 불과 365일 중 48일만 일하면 세금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이는 조세부담이 낮았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30년 동안 42일이나 늦어졌다. 30년 전에는 정부에 세금을 내기 위해 48일만 일하면 됐지만, 2003년에는 90일이나 일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세금을 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날이 매년 하루 이상씩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전년 대비 가장 크게 조세부담이 늘어난 해는 2000년이었다. 1999년 세금을 내기 위해 일해야 했던 날수가 82일에서 2000년에 90일로 일년 사이에 8일이나 늘어났다. 이처럼 높아진 조세부담률 수준은 2003년까지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다.
왜 세금부담을 줄여야 하나
세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보다는 세금을 조금 내는 나라가 보다 번영을 누릴 수 있다면 세금해방일을 앞당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OECD 국가의 정부규모와 실질 GDP성장률을 비교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정부의 규모와 성장률은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정부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한 국가는 대부분 성장률이 하락한 반면, 정부규모가 크게 변화하지 않은 국가는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였다. 즉 세금해방일과 경제성장률은 반비례의 관계가 있다. 그렇다고 세금부담의 증가가 경제성장을 즉시 낮추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금은 소득의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소득 탄력적인 특성을 갖기도 하지만 과거의 추세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비탄력적인 특성도 갖는다. 따라서 세수의 감소에 대해 비탄력적인 세금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소득의 감소에 비해 세수가 줄지 않아 세금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즉, 외환위기 이후 소득은 그다지 늘지 않는 것에 비해 세금부담은 증가했다. 이는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법인세율 인하 고려해야
세금의 증가 가운데 어떤 부분이 가장 크게 증가했는지를 보면, 2000년부터 법인세가 급격히 증가했고 그 비중도 크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높아진 세금부담의 상당 부분은 법인세의 증가에 의한 것이다. 1999년까지 법인세는 9조 원 수준이었으나 2000년 이후에는 17조 원 수준으로 징수실적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상태다.
기업부문이 높아진 세금부담의 대부분을 감당해야 한다면 이는 기업의 경제활동의 원동력을 감소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증가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지 않고 계속 높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에 투자유인을 주려는 경제정책과 상충한다. 법인세율을 인하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법인세율의 인하는 세금해방일을 앞당길 뿐만 아니라 경제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다.
법인세 인하가 다른 부문의 세 부담을 늘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만약 법인세가 과거와 비슷한 규모라면 올바른 지적이다. 하지만 법인세가 너무 급격하게 커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2000년 이전의 부담비중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정 수준으로 다시 낮출 수 있도록 법인세율을 인하하자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다. 따라서 법인세는 그 규모가 계속 커질 전망이다. 기업들이 법인세에 대한 우려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이 더욱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의욕을 북돋울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다른 패러다임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은 정부의 정책에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또 현재의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1억 원을 기준으로 나눠져 있다. 1억 원 미만은 15%, 1억 원 이상은 27%다. 이 폭도 줄여나가야 한다.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닐 수 있도록 세율 격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 국가간 자본유치 경쟁은 회피할 수 없는 국제적 추세이며,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택이다. 보다 분명한 국가비전을 세우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법인세 인하에 보다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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