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비리사건 자진공개의 의미

2004.05.27 00:00:00

'비리연루자는 조직의 공적이다' 개념 도입


'깨끗한 국세청', '청렴한 국세공무원'상을 세정운영의 새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국세청은 이번 일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록 '참여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2.9월에 저질러진 사건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국세청에 대한 이미지가 다시 한번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동안 前 국세청 고위직들의 부정 연루사건이 줄줄이 터졌다가 최근에 정리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던 참이어서 이 사건 발생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처리과정을 보면 국세청의 최근 비리 차단의지를 단적으로 읽을 수 있는데, 특히 뇌물수수 액수와 시기, 근무처, 직급 등 사건 전말을 상세히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사정기관에 의해 밝혀진 게 아니라 국세청의 자체 감독으로 적발된 비리사건이기에 더욱 그렇다.

종전에는 직원이 연루된 부정사건이 터지면 국세청은 이를 덮어버리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사정기관에 의해 직원이 구속되는 사건일 경우에도 조직 이미지 실추를 염려해 대외적으로 사건의 개요를 자진해서 공개한 일은 아직 한번도 없었다.

국세청의 이번 자발적 사건 개요공개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또한 '이제부터는 직원들의 부정사건을 조직의 명예나 대외적인 이미지 따위의 지엽적인 이유로 절대 보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 직원에게 보낸 셈이다.

이임락(李林洛) 서울청 감사관은 "직원을 처벌하는 일에 좋아할 조직이 어디 있겠느냐"고 전제하면서 "이제는 부정을 저질러놓고 막연하게나마 조직이 보호해주기를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李 감사관은 또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제 비리문제에 대해 스스로 처신할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전체 조직을 위해서 일부 직원의 비리행위는 엄중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덧붙혔다.

대부분의 일선 직원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규모가 너무 크다는데 놀라고 있으며, 사건 개요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남세무서 한 직원은 "그동안 우리(세무공무원)가 고생을 많이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못받고 있는 것은 일부 직원들의 비리사건 때문"이라면서 "이번 일(공개)을 계기로 비리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줄것 같다"고 예상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직원 비리사건의 경우 죄질 등을 분석해 가능하면 사건 개요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직원들의 비리대처에 대한 성숙도가 그만큼 제고됐고, 비리를 감추는 것이 오히려 전체적인 비리척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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