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세정이 꽃핀이야기<4>

2000.05.04 00:00:00

■ 어느 장애인부녀의 세무서 체험 ■


75세 고령으로 청각장애가 있는 딸(32세)과 함께 월 15만원 정도의 생활보조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보호대상자인데 '99.10월 양도소득세 4백58만원을 내라는 고지서가 왔다. 20년간 살던 무허가 주택이 불에 타 집터만 남은 것을 처분한 일밖에 없는데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내라니 어찌된 일인가.


고령인데다 거동마저 불편한 신철상 할아버지는 초췌한 모습으로 청각장애인인 딸과 함께 납세자보호담당관실로 들어왔다.

생활보호대상자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벅찬데 4백만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니 그 마음이 어땠을까. 난감한 상황이 답답한지 할아버지는 고개를 떨구었고, 생계를 책임진 딸 또한 충격을 받은 듯 두 눈을 부릅뜬 채 양손을 부산하게 움직이며 무언가 열심히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 직원들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 일을 하려면 외국어도 필요하지만 수화도 필요하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그분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할아버지는 연로할 뿐 아니라 세금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양도소득세 4백58만원이 나온 원인인 나대지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대지란 맨땅이란 뜻이라고 설명하니 그제야 '95년초 20년간 살던 단칸 집이 불에 타는 바람에 곧바로 그 터를 처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순간 `1세대1주택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양도 당시의 이용상태를 확인할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흥분해서 기침이 잦은 할아버지나 말이 통하지 않는 딸을 붙들고 더 물어볼 수도 없는 것 같아 직접 모든 증거를 찾아보기로 하고 두 사람은 일단 안심시켜 돌려보냈다.

우선 현지 확인을 나가 주변사람들로부터 민원인이 거주하던 집이 몽땅 불에 타 버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용산소방서를 찾아가 '95.2월 아궁이 과열로 집이 전소됐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용산등기소를 방문, 당해 주택이 화재즉시 멸실등기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택이 있던 대지라도 주택을 헐고 양도하면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것이나 이런 경우처럼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화재로 주택이 소실되고 곧바로 대지를 양도한 것은 1세대1주택이므로 인정하여 줌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으며 전산자료에 의해 다른 주택을 보유한 사실이 없음도 확인해 1세대1주택이므로 비과세에 해당함을 밝혀 부과된 양도소득세를 취소할 수 있었다.

그 딸이 기뻐하던 모습이 말이 통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을 보며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청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온전한 사람이나 기쁨을 표현하는 방법은 같았기 때문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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