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사업소득세 - 정직한 자에 대한 벌금?

2005.10.24 00:00:00

안종석(安鍾錫)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근로소득과 자영업자 사업소득의 세부담 격차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조세정책 담당자들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이슈 중의 하나이다. 유리지갑에 비유되는 근로소득은 모든 정보가 과세당국에 노출돼 거의 100% 과세되는데 비해, 사업소득은 상당부분 은폐나 축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사업의 규모나 업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많은 경우에 매출을 축소하거나 비용을 과대계상해 과세표준이 되는 소득을 줄여서 신고할 수 있다. 그런데 종합소득세를 표방하는 소득세제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포함하는 납세자의 총 소득을 과세표준으로 해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세원의 탈루 및 은폐가 용이한 사업소득에 비해 근로소득에 대한 실질 세부담이 무겁게 된다.

이를 불공평(unfair)하다고 인식한 과세당국은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세부담 격차를 완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소득공제 항목을 보면 인적공제는 양자에 동일하게 적용되나, 특별공제의 경우 사업소득에는 적용되지 않는 여러가지 특별공제를 근로소득에만 적용해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즉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의료비, 교육비, 보험료, 주택자금, 결혼·이사·장례비에 대해 법에 정해진 한도내에서 실비 공제가 가능한 반면,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연간 60만원의 표준공제만 허용된다. 세액공제의 경우에도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러한 차이는 실제로 근로자의 평균 실효세 부담과 사업자의 평균 실효세 부담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며, 일견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간의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균 실효세 부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근로자에게 더 많은 공제를 허용하는 것이 과연 공평한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는 근로자와 자영업자간 평균 실효세율 격차를 줄여주지만 납세자 개인별로 보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득수준이 같은 두명의 자영업자가 있는데, 그 중 한명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소득을 정확하게 과세당국에 보고하고 다른 한명은 50%만 보고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자영업자의 신고소득은  평균적으로 실제 소득의 75%가 된다. 따라서 이를 기준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간 평균세율의 형평성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근로소득의 25%에 해당하는 규모의 소득공제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정직한 사업자는 소득의 100%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고, 근로소득자는 75%, 정직하지 않은 사업자는 50%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세부담은 정직하게 신고하는 자영업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근로소득자, 정직하지 않는 사업소득자의 순이 될 것이다. 즉 평균적으로 보면 공평한(fair) 것으로 보이는 조세제도가 개별 납세자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불공평하며(unfair), 특히 과세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정직한 납세자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요약컨대, 근로자는 세원이 거의 모두 노출되는데 비해 사업자 세원의 상당부분은 은폐·축소된다는 전제하에서 근로자에게만 제공하는 세액공제나 소득공제는 궁극적으로 정직한 사업자에서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이는 탈세를 더욱 확산시키고 장기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제도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탈세 방지방법을 연구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탈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적발된 탈세에 대해서는 벌칙을 강화해 탈세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한편, 정직한 신고시 적용되는 세율을 인하해 탈세의 동기를 약화시켜야 한다. 한쪽에서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공제를 통해 정직한 신고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 간다면 다른 관점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사업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고자 노력하더라도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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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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