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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화두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양극화가 아닌가 한다. 계층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지역간의 갈등, 빈부격차, 학력 격차 등 고령화 및 저출산 추세가 진행되고 민주화가 성숙되면서 누적돼 온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기보다는 켜켜이 쌓여만 가고 있는 현실이다. IMF전문가들의 '유비쿼터스 핸드'라는 지적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국민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부 관료들이 별 성과없이 반복적으로 내세우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을 위한 세원투명성 제고 노력'은 그렇다 하더라도, 세법을 만들고 조정하는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 대응해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정치적인 이해득실만을 고려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04년도 세입세출결산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들이 낸 근로소득세가 당초 짜놓은 예산보다 18.9%(1조5619억원)나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전체 소득세 초과징수율(6.5%)의 2.9배에 달하는 수치로 '유리지갑'인 봉급생활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걷었다는 의미다. 특히 작년 명목임금상승률은 6.0%였고,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상승률은 2.3%에 그쳤다는 점에서 임금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는데도 세금만 크게 늘어난 셈이다. 반면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들이 부담하는 종합소득세는 당초 예산(5조656억원)에 비해 12.1%가 덜 걷힌 4조4천529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는 세원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봉급생활자만 상대적으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불이익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이 소득원별로 형평성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세금부담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인한 근로소득자의 허탈감에 무게를 더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OECD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비중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각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농업부문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003년을 기준으로 할때 29.5%로 OECD 평균 13.8%의 두배이상이다. 우리나라는 자영업부문의 낮은 소득파악률을 고려해 근로소득자의 소득에 대해 추가적인 소득공제를 허용하는 소득세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수가 많은 것은 실질적인 근로소득을 획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소득자에 비해 자영업자의 세후 실질소득이 높아서 그쪽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조세구조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소득세에서 걷지 못하는 세수를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에 의존하거나 목적세로서의 의의를 찾기 어려운 부가세(surtax)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낮은 소득세 부담구조하에서 그나마 원천징수가 가능한 근로소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의 실효세 부담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가뜩이나 기금고갈의 우려가 예고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징수·체납율 문제와 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형평성 문제가 자영자의 소득파악 과제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직장 및 지역보험 재정실태를 비교해 보면, 직장의 경우 2004년에는 1조4천974억원의 당기수지 흑자가 시현됐고 2005년도에도 흑자규모가 1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반면에 지역보험재정은 2004년에 재정적자가 2조9천786억원, 2005년에는 그 규모가 더욱 늘어나 3조5천826억원의 당기 수지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물론 지역 가입자의 경우 구조적으로 재정지원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상태이지만 자영업자의 제대로 된 소득파악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장에 대한 인센티브 및 과세자료 수집의 확대, 그리고 세무조사의 강화 등 세정운영의 혁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국세청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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