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세무행정과 실무를 45년간 규정해 왔던 표준소득률제도가 드디어 개혁의 도마위에 올랐다. 필자도 표준소득률제도와는 색다른 인연이 있기에 지금의 개혁논의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재작년부터 작년 여름까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대리하여, 국세청을 상대로 표준소득률 산정의 근거자료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을 수행했었다.
하승수 변호사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던 표준소득률의 산정과정이 과연 얼마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해 보자는 의도에서였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소송이 진행중이던 작년 여름 국세청은 요구했던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용단을 내렸다. 그에 따라 필자는 국세청 소득세과에서 표준소득률 산정에 관련된 여러 문서철들을 열람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공개된 문서들을 보면서, 필자는 국세청 스스로도 표준소득률제도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표준소득률 산정을 위한 표본조사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것 등 그 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있었다. 그리고 열람이 끝난 후에는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표준소득률제도의 개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이번 표준소득률제도의 개혁논의를 보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보공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정보공개를 통해 표준소득률제도의 문제점이 시민단체에 공개되지 않았다면, 표준소득률제도의 개혁에는 좀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결국 정보란 공개되는 것 자체에 의해서도 제도개혁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필자가 속한 참여연대는 표준소득률제도의 개혁을 주장해 왔다. 그러던 중 필자는 국세청이 표준소득률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검토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9일 국세청이 개최한 토론회에도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필자는 국세청이 기준경비율 제도의 도입이라는 방안을 찾아서 표준소득률제도의 폐지를 추진하기까지 오랜 고민과 검토과정을 거쳤으리라고 짐작한다. 그 흔적들은 지난 9일 토론회의 발제문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다만 국세청이 좀더 과감하고 철저한 개혁방안을 내놓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방안을 보면, 자칫 표준소득률제도가 `기준경비율'로 이름만 탈바꿈한 채 존속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간편장부제도의 초기성과가 미약하다고 하여 간편장부제도 외에 새로 `경비기록장(가칭)'을 도입하려는 의도도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도를 개혁할 때에 발생할 수 있는 시행과정에서의 혼란은 철저한 홍보와 준비를 통해 해결할 일이다. 오히려 제도는 한번 개혁할 때에 좀더 과감하고 철저하게 개혁해야만,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국세청이 좀더 과감하고 철저한 개혁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