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방영된 인기 드라마 중 `서울뚝배기'란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 무대가 된 곳이 마포에 있는 마포옥이다. 지금도 마포옥에 가면 드라마의 몇 장면이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 있다.
정형호(鄭亨浩) 세무사
이 마포옥은 박봉순 할머니가 40년 넘게 직접 설렁탕 국물을 만들어 마포옥만의 독특한 맛을 내어 장안의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궈 오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속에서 손님수가 자꾸 줄어든다고 걱정을 한다. 50~60년에도 세대 구분없이 모두에게 가장 인기있었던 설렁탕을 지금 신세대니 하는 젊은이들은 거의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IMF이전에는 어느 정도 장사가 되어 사회복지시설 등에 상당한 기부도 해 왔었는데 IMF로 인하여 손님이 반으로 줄더니 경기가 회복되었다는 지금도 IMF이전으로의 회복은커녕 IMF때보다도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장사가 잘 되던 전보다 오히려 지금의 세금이 훨씬 많다며 혹시 세무사가 역할을 잘못해서가 아니냐며 불평을 한다.
세무사가 신용카드에 의해 이제는 매출이 모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득하면, 할머니는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왜 세무사에게 의뢰하고 나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느냐고 하신다.
더구나 올해 들어서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추첨제도로 인해 점심 때 설렁탕 두 그릇만 먹고도 신용카드를 내민다며 장사를 계속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다.
물론 세무당국의 입장에서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말이 되지 않는다. 장사가 잘 되었을 때 세금을 적게 낸 것은 세금을 일부 누락시켰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부가가치세법상의 부가가치세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아무리 부가가치세를 설명해도 할머니는 자기가 파는 설렁탕 한 그릇의 값 6천원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지 않고 자기가 판 6천원에 대해서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할머니가 얼마나 계속 마포옥을 경영할지는 모른다.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포옥을 운영하는 그날까지 현재의 부가가치세법으로는 할머니를 기분좋게 설득시킬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큰 한숨만 내쉬며 “글쎄, 법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내가 몇 년이나 더 하겠어!”라고 한다.
7월1일부터 할머니는 현재의 간이 과세자에서 일반 사업자로 전환된다. 물론 과세유형 전환에 따른 무거운 세금부담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를 여러 가지 마련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 종전의 현금수입업종을 운영하는 이 할머니와 같은 납세자들을 위하여는 담세능력 즉, 조세를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하여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이 업종들에는 부가가치세의 기본세율 10%를 하향 조정한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것도 이들이 갖는 불평을 해소하고 나아가 조세 마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한 방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포옥 할머니의 진한 설렁탕 국물이 다시 인기를 회복하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