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많이 내는 납세자를 알아주자

2000.06.08 00:00:00



미국 서부지역 어느 도시에서 신호위반을 한 차량이 순찰중인 경찰차에게 적발됐다.
위반차량을 세우고 스티커(딱지)를 발부하려고 다가간 경찰에게 운전자는 씩 웃으며 윙크를 하고는 그냥 출발하였고, 교통순경은 깜짝 놀라며 아주 황송한 태도로 차를 향하여 “어서 가십시오”라 하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김종상(金鍾相) 회계사

아니, 공공질서가 잘 확립되어 있고 권력남용이나 부정이 없다는 미국에서 대낮에 그것도 대로에서 이런 일이 공공연히 있을 수 있는지? 알고 보니 그 사람은 그 도시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대납세자였고, 그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예산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경찰관은 말하자면 오너(고용주)께서 잠깐 실수를 하셨는데 어찌 딱지를 떼겠느냐는 논리였다.

우리 주위에서도 예전에는 가끔씩 볼 수 있었던 그런 장면이었으나 대상인물이나 그 분위기가 사뭇 우리네 정서와는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서구사회 특히 미국에서는 일찍 지방자치의 전통이 확립되어 그 지역사회에 필요한 비용(공공예산)은 능력에 따라 분담하고, 이렇게 조달된 돈은 바로 자신들을 위해 바르게 쓰여지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능력있는 고소득자, 말하자면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으로 그 공동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므로 어떤 경우에도 뻐기기도 하고, 주민 또한 이들을 인정해 주고 존경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국사람은 일반적인 표현으로 `As a Taxpayer(납세자로서 한마디)'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시작하곤 한다.

우리 나라의 납세자들의 형편은 어떠한가.
지난 5월말로 '99년분의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기간이 끝났다.
몇 년전까지는 이 기간이 끝나면 소득과 세금을 많이 신고·납부한 순서대로 고액 납세자 명단을 발표하였는데, 이 발표로 세금을 많이 낸 납세자가 영광과 명예를 얻기보다는 폐단이 많았다고 한다.

주위에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여러 가지 괴로움을 당해서 명단 발표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 결과, 결국 이를 중단하고 말았는데 무언가 거꾸로 간다는 느낌이었다.

필자도 이제 자유직업자로 2년전까지의 공무원 시절에 1년 동안 받았던 전체 소득금액보다 훨씬 많은 종합소득세를 납부하고, 한편으로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기분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 구석이 허전한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납세자의 입장에서 그들과 한 편(?)이 되어 여러 가지를 의논하고 지도하면서, 양심적으로 성실하게 세법과 법령에 따라 납세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많은 세금을 납부하면서도 이에 따른 긍지와 보람은 어디에 있다고 할는지 갈등을 느끼곤 한다.

그동안 필자의 친정인 국세청이 모범납세자들에 대한 배려로 조사를 유예·면제한다든가, 주차장 사용·각종 예약의 편의, 심지어 공항귀빈실을 사용하게 한다든가 하는 등으로 여러 가지를 해 오고 있지만 충분치 않은 것이었다.

필자는 국세청이 2000년대의 정보기술·디지털시대에 걸맞은 구조조정에 있어서 어떤 정부기관보다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있고, 이제 크게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을 크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세금을 성실하게 많이 내는 납세자가 흐뭇하게 느낄 수 있는 화끈한 무엇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어떤 제도나 시책이 국세청만으로 안 되는 것이 많겠지만, 쉽게는 세금을 내는 실적을 적금통장식으로 사람마다 따라다니게 해서 인허가 업무·경쟁입찰 등에서도 혜택을 부여한다든가 노후의 연금산정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통순경이 티켓을 뗄 때도 봐줄 수 있는 것까지, 그러니까 행정벌과금 부과에서 차등을 두며, 사법절차에서도 작량감형의 요인으로 고려하는 것 등이다.

얼마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입후보자들의 기본적인 의무인 병역·납세의무의 이행사항을 속속들이 공개하여, 유권자들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것은 이런 면에서 커다란 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성실하게 세금을 많이 내는 국민을 알아주는 사회가 안정된 나라이며 우리 모두의 소망하는 민주복지국가라고 믿는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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