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익철 세무사
전 현직 부회장 두 분의 반론에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
막힌 귀를 뚫어 보려고 좀 자극적인 표현을 쓴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사뭇 점잖게 응답한 글을 읽고 보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서로 다르지만 잘해 보자는 점만은 같을 것이니, 크게 오해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다시 몇 가지 적어본다.
예상했던 대로 반론의 내용은 새로운 게 없었으며, 언로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듯한 표현에 대하여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세무신고서류확인업무·벤처기업확인업무·겸업금지규정의 삭제문제 등에 대하여는 해명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었고, 세무사회의 `강제설립 강제가입' 규정의 존폐문제에 대하여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공익적 성과는 직업윤리의 실천적 발현으로
`강제설립 강제가입'규정의 존속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로 세무사업무의 공익성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인식기준을 세무행정에 대한 우리 업무의 참여도와 기여도에 두고 있는 것 같아 이에 대하여 다시 한번 나의 의견을 제시한다.
전문자격사가 취급하는 업무의 공익적 요소는 변호사·회계사·변리사·감정평가사·노무사 등의 모든 업무에 공통적으로 내재하는 업무의 특성에 불과하며, 또한 자격사제도는 이와 같이 공익적 성격이 강한 업무를 전문지식과 소양을 검증받은 자에게 맡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가의 서비스 기능을 제고시키려는 데 그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자격사가 지향하는 업무의 공익적 성과는 직업윤리의 실천적 발현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며, 세무행정의 연장선상에서 이를 인식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본다.
세무사를 세무행정의 보조인력으로 취급하였던 시대에는 세무행정에 참여하고 공헌하는 정도에 따라 세무사제도의 존재가치가 평가되었고, 이것이 또한 업무의 공익성을 설명하는 논리적 근거로 인용되기도 하였으나, 독립한 전문자격사로서의 법적지위가 보장되는 오늘의 세무사제도하에서는 회원의 투철한 사명의식과 윤리적 활동을 통해서만 업무의 공익적 성과는 실현될 수가 있는 것이다.
회원의 이탈과 분열은 편협한 예측
`강제설립 강제가입'규정이 삭제될 경우 조직의 분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립은 혼란을 예고하는 분열이 아니고, 새로운 약속을 기약하는 활기찬 조직의 산고로 이어질 것이므로 우리는 그 진통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역대 회장들이 지방세무사회의 독립을 선거공약으로 내놓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경쟁의 원리는 개인적 활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회원이 마음에 드는 조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때 그 조직이 단체적 경쟁을 통하여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강제가입 규정이 삭제될 경우 회원들의 대거 이탈을 염려하는 견해도 있으나, 인간의 의지본능과 정보공유의 필요성 때문에 고립의 길을 선택할 회원은 없을 것으로 본다.
작년에 이미 `강제설립 강제가입'규정이 삭제된 변리사회의 경우 이미 사단법인 설립절차를 마치고 70%가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며, 미가입자는 대부분이 변호사자격소지자·법인 등 대형사무소 근무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사업자는 거의 전부가 가입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자격사단체와 외국의 예를 들기도 하지만, 변리사회·감정평가사회·공인중개사회·공인노무사회 등의 자격사단체가 이미 작년도에 `강제설립 강제가입' 규정이 삭제되어 사단법인으로 조직을 개편하였고, 일본의 경우 관료적 법제하에서도 일본의 세리사회는 지방세리사회를 독립시키고 중앙에 소규모 연합회를 둠으로써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작전상 제휴라는 명분하에 한국세무사회가 구세주처럼 의지하고 있는 한국의 변호사회는 관료의식이 몸에 밴 판검사출신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있는 탓으로 관료적 색채를 불식시킬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는 단체이며, 더구나 이들이 폭압적 기세로 우리의 업무영역을 침탈하고 있는 현실을 상기할 때, 이러한 집단을 예로 든다 거나 이에 의지하려는 태도는 정말 부끄럽고 위험한 짓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우리가 살 집은 우리 손으로 지어야
이제 개혁은 우리에게 부과된 시대적 과업이며, 현 정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정책목표 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 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의 수뇌부가 이를 반대하고 있으니 이는 너무나 혼란스러운 일이 아닌가?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도태되고 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인데 편협한 예측으로 반대론자의 언로를 봉쇄하면서까지 현 체제의 고수에 급급하고 있는 지도부의 태도에 대하여는 아연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4천회원의 불꽃튀는 의견발표의 장이 되어야 할 `세무사보'는 어느 한 사람의 홍보물 수준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 되었고, 한국세무사회의 업무실적은 모두 특정인의 탁월한 능력의 소산으로 평가되어 발표되고 있다.
밖으로 향해야 할 나팔소리가 안으로만 울려퍼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것이어서 40년간 우리를 가두어 놓았던 거대한 수용시설의 철거계획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
그래도 그 속에 갇혀서 사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로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런 기회에 오두막집이나마 내 집을 마련하여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식인집단에서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우리는 서로 다른 많은 의견을 겸허하게 수렴하고, 이를 조정할줄 아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의 장래를 바르게 인도하는 등불이 될 것이라는 나의 믿음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건설적인 반론을 기대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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