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어디서 오는지 또 언제 오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신비스러운 인물 `고도'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온다 온다 하는 `고도'는 끝내 오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사건다운 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채 무대 막은 내려진다.
'98년부터 우리 재정은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이 30여년후에 적자재정을 해소했고, 일본은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적자재정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적자재정을 오는 2003년까지 앞당겨 해소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정부의 적자재정 조기해소 표명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경제위기설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목표 세수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도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특단의 세수확보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조세 정책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 세법 등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조세는 경제 활동의 과실에 따라 그 규모가 결정되어진다. 최근 정부의 공적자금 추가 조성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고 이로 인해 실물 경제 위기에 대한 조심스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국민들에게 거듭 천명된 적자재정 해소 목표 연도까지는 아직도 3년이라는 길다면 긴 기간이 앞에 놓여 있다. 일면 불확실한 경제 여건 아래에서 국세청이 재정적자라는 `골고다 언덕'을 세수초과 달성이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오르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세금은 아무리 완벽한 제도라 할지라도 제대로 걷히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국세청의 존재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의 납세 풍토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반면 징수공권력은 70년대같은 무소불위의 시대는 이미 아니다. 레스터 더로 교수는 미국이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미국제 기관차는 무거운 세계 경제 열차를 이끌어 가기에는 힘에 부친다. 세계 경제라는 열차가 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세계가 모두 협력해 새로운 기관차를 만들어야 한다.”세금 징수는 행정의 테크닉이다. 과특자 축소와 경감 혜택, 세율 인하와 성실기장 등등의 정책이 실재 세수 증대 효과에 얼마만큼 빨리, 그리고 어떤 규모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징세 행정의 테크닉에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적자재정 극복을 위한 골고다 언덕을 오르고 있는 대열의 맨 앞에 서 있는 국세청은 아마도 지금 `경제활황'과 `성실납세'라는 `고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게다. 그리고 무겁기만 한 국세청이라는 기관차를 누군가가 같이 끌어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형길 출판국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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