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바꿔! 바꿔! 모두 다 바꿔!' 노래가 총선 유세장 곳곳에서 들려왔다. 또 어떤 노래는 `give me! give me! give me!'라며 자꾸 달라고 보채기도 하고 `tell me! tell me! tell me!'라며 어떤 다짐의 말을 해 달라고 조른다. 정치권과 선량 그룹으로 진입하려는 이들이 아전인수격으로 바꾸자며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자들에 대한 납세실적자료 공개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뚜껑을 열어 본 내로라 하는 입후보자들의 소득세나 재산세 납부실적은 그 명성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적은 액수였다. 탈세자인가 무능력자인가에 대한 힐난도 나왔다. 이젠 선거가 끝났다. 선거 후 납세실적자료를 두고 또 한판의 뒷풀이 공방전이 전혀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93.3.6 일본에서는 전 수상까지 지낸 정계 거물 가네마루가 탈세혐의로 동경지검에 전격 체포됐다. 면세받은 정치 헌금으로 무기명 할인채를 대량으로 사들여 재산 증식을 해 오다 국세청의 3년간의 끈질긴 자금 추적조사 끝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정계 거물 가네마루를 검찰에 고발했다. 가네마루가 탈세혐의로 체포되자 정계는 발칵 뒤집혔고 55년 동안 줄곤 집권해 온 자민당 정권이 붕괴됐다. 탈세의 이면으로 흐르는 검은 돈의 흐름이 국세청과 검찰 수사로 발가벗겨졌다. 정치인과 기업인, 그리고 대장성과 금융계로 이어진 부패 커넥션이 밝혀지자 전 일본국민들은 분노했고 정계 개편과 은행 파산사태를 몰고 왔다. 가네마루의 정치일생이 막을 내렸고 기업인, 관료들이 파산하거나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
○…총선이 끝나면 제16대 국회가 구성된다. 지금 국회에는 낮잠자거나 폐기처분된 법안들이 많다. 금융실명법이 2001.1.1부터 다시 실시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 같지도 않은 법'이라는 비난도 있다. 차명거래에 대한 제재 수단이 극히 솜방망이이기 때문이다. 담합이나 약간의 통과세를 물기만 하면 얼마든지 돈은 살아 움직일 수 있다. 자금세탁방지법과 부패방지법은 사실상 폐기처분된 상태이다. 검은 돈은 지하 수맥을 타고 흐르는 속성이 있고 여기에는 반드시 탈세라는 필요악이 동반된다. 일본 정계에 태풍을 몰고 왔던 가네마루 탈세 사건이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이겠다. 첫 납세실적 공개 선거를 치른 16대 선량들이 자금세탁방지법과 부패방지법 제정 목소리에 어떻게 나올지가 흥미롭다. 지금도 거리에는 `바꿔! 기브 미! 텔 미!'라는 국민들의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다. 이번 공개된 자신들의 납세실적이 당당한 것이라면 자금세탁방지법과 부패방지법을 허하라!
지형길 기획출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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