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국세인'으로 선정된 김주식(金柱植)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조사관<사진>의 '공적'은 국세공무원뿐만 아니라 공무원 세계의 귀감이 될만하다는 여론이 많다. 특히 '난공불락의 세계'로 인식돼 온 거대 공(公)기업의 방만성에 국세청이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을 심정적으로 후련하게 해줬다.
김주식 조사관의 '쾌거'를 정리했다.
공기업인 ○사에 대한 정기 법인세 조사를 담당하게 된 김주식 조사관은 이 회사를 조사하기 위한 준비과정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매년 사회간접자본 투자금액의 8∼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비용처리하고 있음에도 사용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에 착안하고, 비용 과다계상에 혐의를 둔 것이다.
이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으나 엄청난 애로에 봉착한다.
즉 회사의 회계자료가 매우 방대하고, 각 조직별로 200개에 달하는 각기 다른 전산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산시스템의 접근경로가 달라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특히 전산시스템이 2개의 운영체제로 돼 있어 서로 다른 데이터가 구축돼 있고, 일부 전산시스템은 외부용역을 준 상태여서 더욱 난감했다. 더구나 이 회사는 연간 공사비가 5조∼6조원에 달하는 데다, 공사현장이 많을 뿐만 아니라 공사 건(件)별로 투입되는 요소가 너무 많아 투자내용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회사 경리관계자의 진술은 그를 더욱 낙담케 했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끈기와 집념으로 조사 핵심에 접근했는데, 60여명에 이르는 회사 시스템 관리자 ID와 패스워드를 제출받아 하나하나 전산시스템에 접근해 공사 관련 전체 자료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무려 2개월이 걸렸다.
김 조사관은 이렇게 해서 출력된 자료를 기준으로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검색한 결과 회계시스템과 예산시스템, 공사시스템이 하나의 공통된 코드로 입력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코드를 기준으로 2천여건의 공사에 대해 무려 A4용지 7박스 분량의 건별 공사내역을 출력한 후 공사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사회간접자본 투자대상금과 대사했다. 그 결과 회사가 '99년부터 2002년까지 4개 사업연도에 걸쳐 투자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금액 중 1천408억원을 부당하게 비용으로 신고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관련 법인세 등 모두 741억원을 고지하고, 전액 현금징수했다.
세정가는 이 회사에 대한 이같은 조사성과는 그동안 공기업의 왜곡된 회계 처리 및 불성실 세무신고에 일침을 가하고, 투명한 회계관행을 유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주식 조사관은 상하간의 신임이 두텁고, 궂은일도 앞장서서 도맡아 하는 숨은 일꾼으로 통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4월의 국세인' 선정에 대해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오히려 부끄럽다"면서 "동료들은 저보다 더 고생도 많이 하고 실력도 더 월등히 우수하다"고 겸손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