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해금강, 외도 가는 길(後)(下)

2004.04.05 00:00:00

-김정호(부산廳, 詩人)


하늘의 옥황상제가 너무 어지러운 인간세상이 보기 싫어 앞으로 인간들은 절대로 천국에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하는듯 '천국의 계단'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아직 소금기 가시지 않은 맨땅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30여년을 자식처럼 섬을 가꾸고 살을 비비며 살아온 이창호 부부의 삶은 매미소리에 날아간듯.

그래도 동백나무, 향나무, 밀감나무 등 사철나무는 아직 가시지 않은 끈끈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어 또 언제가 이곳 외도는 사계절 아름다운 꽃과 푸른 향기로 섬 전체가 가득찰 것이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즐거움과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 여행이었고 모처럼 아내와 나선 길이라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흔히 사람들은 여행은 눈으로 한다 하나, 그러나 여행이란 반은 눈으로, 또 반은 가슴으로 해야 된다는 것을 다시 느껴본다.

이번 여행도 가슴속에 오래 간직해 놓았다가 하나 하나 꺼내 詩를 만들어 볼 것이다.

살아가면서 명예를 얻는다는 것, 부자가 된다는 것 등 사람마다 추구하는 목적이나 목표가 다르겠지만 바다를 보고 하늘을 보고 자연을 느끼다 보면 황금, 명예, 질투, 미움 같은 단어들은 다 부질없다는 것을 다시 느껴진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요즘 세상.

점점 정신문화는 황폐화돼 가고 황금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들의 삶…. 

더러운 명예와 작은 권력을 쥐려고 서로를 미워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 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발정난 사자처럼 가는 곳마다 흔적을 남기려 기념식수를 하고 선거철만 되면 고아원, 양로원 한번씩 방문해 사진을 찍고 기사를 만들어 내는 위정자들.

바다 건너 이국(異國) 여자들의 치마 밑자락만 들추고 해외원정 골프와 기생 관광에만 열중한 미친 자본가들은 또 죽어서도 모두 명당을 찾으려 한다.

우리의 모든 것이 궤도를 이탈해 질주하고 있다.

그래 그들은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결코 가슴으로, 또 마음으로 보지 못했으리라.

이렇게 자연 그리고 작은 들꽃과 부대끼며 엎드려 살아간다 해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으리라.

사랑하는 사람들아.

세상 너무 높은 곳만 바라보고 살지 말자.

낮게 엎드려 살수록 하늘은 더 가까이 보인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 들꽃을 보아라.

풀밭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면 하늘 끝이 맨 먼저 달려온다.

세상은 버리고 살수록 더 가벼워진다는 걸을 알면 이 가을날 일상에 지친 심신을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여행 한번 떠나 보는 거다

그리고 눈물이 날 것 같은 하늘을 한 번 쳐다보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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