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좌담-21C 세제·세정 발전방향(6)

2000.11.02 00:00:00

하승수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외환위기 발발직후에 출범한 현 정부는 여러 분야의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세제·세정분야에 있어서도 개혁과제들은 산재해 있었다. 기존의 세제는 공평성과 효율성 양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고 세무행정은 낙후돼 있었다.

또한 반면에 외환위기이후 공적자금 투입과 실업대책 등으로 인해 적자재정 시대로 접어듬에 따라 조세분야에 요구되는 과제들은 더욱 많아졌다. 그 당시에 현 정부에 요구되던 과제를 두가지 정도로 요약한다면, 한편으로는 악화되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세입기반의 확대가 요구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근로소득과 자산소득간의 세부담 불공평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높일 것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숙제를 풀기 위해 현 정부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난제로 꼽히던 부가가치세 특례사업제도 축소와 표준소득률의 폐지는 우리 나라 부가가치세제 및 개인소득세제의 근간에 손을 댄 것이었다. 그리고 신용카드 사용에 대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또한 세무행정의 측면에서도 지역담당제를 폐지하고, 세목별 조직을 기능별 조직으로 재편한 것도 매우 어려운 과제를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집권 중반기를 넘어선 지금의 시점에서 세제·세정개혁을 중간평가해 본다면 긍정적인 평가만을 내릴 수는 없다. 특히 세수확대에 급급한 나머지 정부가 징세편의주의적인 조세정책을 내놓는 것도 문제이다. 외환위기이후 유류를 중심으로 한 간접세의 증대는 정부가 아무리 부인하더라도 `걷기 쉬운 곳에서 세수를 뽑아내야 한다'라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반면에 현 정부는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제도를 도입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득이 있는 곳에는 전혀 과세하지 않으면서 간접세만 올리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소액투자자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되도록 하면서도 유가증권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목적세 정비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목적세를 정비한다고 해서 교육, 농어촌 지원분야에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목적세 정비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한다면 충분히 설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계속 목적세를 유지한다면, 세제의 조잡함·복잡성을 극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정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현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세제·세정분야의 개혁들은 결국 원칙에서 출발하자는 것이었다. 지금 요구되는 과제들도 마찬가지이다. 조세정책만큼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혀있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이 어렵기에 그만큼 원칙에 입각한 세제·세정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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