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관세포탈 혐의 공판…'실질과세' vs '허용된 거래' 공방

2025.12.08 17:21:19

오비맥주 임원진의 165억원 상당 관세 포탈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핵심 쟁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실질과세 원칙'을 내세워 오비맥주가 납세의무자임을 주장한 반면, 오비맥주 변호인 측은 해당 거래가 '할당관세제도(TRQ)에서 허용된 적법한 거래'였음을 강조하며 맞섰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3부는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관세)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오비맥주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및 협력업체 대표 등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의 공소사실 설명 프레젠테이션과 변호인단의 집중적인 반박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지며 향후 법정 공방의 전초전 성격을 띠었다.

 

검찰에 따르면, 오비맥주 임원진은 2017년 9월부터 2023년 7월까지 한-EU FTA 할당관세제도(TRQ)를 악용해 맥주 주원료인 맥아 할당량 초과분을 명의상 다른 업체가 수입하는 것처럼 꾸며 157억원 상당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할당량 초과분을 명의만 있는 다른 업체를 거쳐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으로 30% 관세를 내야 함에도 0% 관세를 낸 것으로 회피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수입 시 발생한 해상운임 일부를 축소 신고해 8억원 가량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쟁점은 세액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납세의무자를 가장했는지 여부"라며 "실질과세 원칙상 납세의무자는 오비맥주"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오비맥주 글로벌 본사 AB인베브의 맥아 구매조직(GPO)이 국내 협력업체 물량까지 포함해 맥아 수입협상을 주도했다는 점과 오비맥주가 맥아 운송계약을 협력업체 물량을 포함해 체결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는 수출 협상을 하지 않았고,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으며, 대금을 선지급 받아 지급하는 역할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수입된 맥아가 오비맥주에게 특화된 맥아"라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은 오비맥주가 수량 및 가격을 모두 결정한 점, 오비맥주가 맥아 하자가 발생했음에도 손해보상을 청구하지 않은 점, 일부 협력업체가 거래를 위해 설립되거나 자회사 등인 점을 들어 오비맥주가 실질적인 수입자라고 봤다. 또한 수입신고시 협력업체 3% 수수료를 포함해 신고해야 하므로 이는 과세가격 거짓신고로 관세 포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약 2시간에 걸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할당관세제도(TRQ)에서 허용된 적법한 거래였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문제가 된 FTA 할당관세는 실소유자 요건이나 용도 제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균등 배분받을 수 있는 '균등배분 방식'이며, 실제 사용하거나 다른 사업자에게 팔 수도 있어 요건을 위반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할당관세 물량은 정해져 있어 국가 세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간 법원 판례는 화주 여부를 법률적 측면에서 판단하며, 경제적 실질에 따라 소유권을 판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오비맥주와 협력업체 간 계약서에 공장 인도 전까지 맥아 수입자가 국내 수입 협력업체임을 명시했고, 협력업체가 환차손 위험, 운송·통관 비용, 부가가치세 등을 부담했다는 점을 근거로 협력업체를 화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본사 맥아 구매조직(GPO)이 협상을 주도한 것은 AB인베브 전체 원료를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한 것이며, 개별로 협상시에는 오히려 맥아 가격이 상승해 오비맥주가 관세를 고려하더라도 수입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즉, GPO 협상은 가격 경쟁력 확보 목적으로, 협력업체가 독립된 주체로서 맥아를 구입한 것이라는 논리다.

 

맥아에 하자가 발생했던 것 역시 "전체 물량의 0.17%에 불과해 하자보장액은 미미한 만큼 책임을 추궁하지 않은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도 했다. 


벤 베르하르트 대표이사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막강한 권한을 구사하는 국내 대표이사와 달리 글로벌 기업 AB인베브는 독자적 매트리스 구조를 갖고 있다"며 "벤 대표이사는 기업 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이 아닌 영업·마케팅 임원으로 맥아 구입 권한이 없었으며, 오비맥주 구매조직의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첫 공판에서 양측은 '실질적인 납세의무자'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면서, 향후 재판은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여부 등에 대한 법리 다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공판 기일은 내달 12일 예정이다.



김유리 기자 kyr@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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