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 개청 50주년 기념 심포지엄 설문조사 결과
'공정성·전문성·신속성' 3대 핵심가치 중 공정성 가장 중시
응답자 82% "현재 업무량 많다"…'소속부서 인력 부족' 호소 많아
심판업무 절차상 불합리성…'조정검토-사건조사' 순으로 응답


조세심판원이 지향할 핵심가치인 공정성·전문성·신속성에 대해 심판원 직원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조세심판원 개청 50주년을 기념해 심판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송현진 박사)를 실시한 결과, ‘공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조세심판원 직원 10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2~14일까지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5일 심포지엄에서 설문결과가 발표됐다.
조세심판원은 1975년 재무부 소속 국세심판소로 개청했다가 2000년 국세심판원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2008년 정부조직 개편으로 국무총리 소속 조세심판원으로 변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심판행정과-심판조정과-8상임심판관(17심판조사관실)으로 편제돼 있으며 작년말 기준 정원은 122명 정도다. 작년 기준으로 사건 처리대상 건수는 1만3천356건, 처리율은 76.2%, 법정기한내 처리비율 35.4%, 평균처리일수 185일, 인용률은 27.3%를 기록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3대 핵심가치의 우선순위를 보면 공정성(40.0%)>전문성(36.3%)>신속성(23.6%) 순으로 조사됐다.
심판행정과-심판조정과-심판조사관실 등 소속부서별, 4급이상·5급·6급이하 등 직급별로 모두 공정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도 40대와 50대이상은 공정성에 무게를 뒀으나 30대는 공정성보다 전문성을 더 강조해 차이를 보였다.
3대 핵심 가치 외에 추가로 필요한 가치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독립성(권위와 독립성, 인사운영의 독립성 등)’을 꼽았다.
심판업무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청구인에게 충분한 의견진술 기회 제공과 사건조사서 사전열람제도의 운영이 중요하며, 전문성의 척도로는 상임심판관 및 심판관의 역량 향상을 꼽았다. 전문성 함양을 위해 우수한 비상임심판관의 연임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신속성과 관련해서는 전자심판제도 등 심판처리 과정의 디지털 도입과 우선처리제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응답했다.
특히 직원들은 업무량이 적정한가를 묻는 설문에 34%가 ‘매우 많은 수준이다’, 48%가 ‘많은 수준이다’고 답해 응답자의 82%가 과도한 업무량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선 ‘소속부서의 인력부족’과 ‘과도한 업무할당’이 업무량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또한 ‘심판업무 절차상 불합리성’에 대해 묻자 ‘조정검토(18%)’와 ‘사건조사(13%)’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접수와 배정간 지연시간을 줄이고 문서처리과정의 간소화 및 전산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심판원은 직원들은 심판업무의 성과 향상을 위해선 ▷AI 등 첨단기술 도입(16%) ▷조직 내부의 소통과 피드백(14%) ▷명문화된 업무방침과 지시체계(13%)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심판행정이 디지털 전환되면 심판업무의 전반적인 처리속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응답하면서도 데이터 보안 위험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공정성 차원에서는 청구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등한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절실하며, 전문성 차원에서는 심판인력의 전문성 강화와 연구분석기능 등 전문성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신속성을 꾀하기 위해 업무 절차의 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교 교수, 준사법 기능 충실한 작동 위해 증거조사 활성화 제언
양인준 교수 "AI 남용 우려…사전적 가이드라인 훨씬 더 중요한 문제"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이중교 연세대 교수는 “앞서 발표에서 조세심판원의 가치로 공정성·전문성·신속성을 들었는데, 중요한 것은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겨야 될 사건은 이기고 져야 될 사건은 지게 하는 게 중요한데, 이러한 관점에서 공정성과 전문성은 그에 부합하는 가치”라며 “공정성과 전문성은 사건을 올바로 판단해서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한 하나의 요소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속성은 그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며 “신속하게 하려다 보면 올바른 결정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들이 많다. 올바른 결정을 침해하면서까지 신속성을 추구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향후 조세심판원이 지향해야 될 가치는 헌법에서 찾아야 된다”며 조세심판원의 준사법 기능이 충실하게 작동하기 위한 첫 번째 방향으로 증거조사 활성화를 제언했다.
그는 사건조사서를 중심으로 한 심의와 관련해서도 “사건조사서는 한번 가공된 자료”라며 중요한 증거서류를 첨부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세청 심사청구·감사원 심사청구와의 관계 정립 △국제조세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의 전담·전문인력 양성 등을 제언했다.
양인준 서울시립대 교수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국선대리인제도”라고 말문을 뗐다. 그는 “억울한 얘기들을 당사자의 입만 통해서 듣다 보면 쟁점이 정리 안 되고, 납세자 본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는 부분들도 있다. 국선대리인 제도는 제도 장애요인이 있다면(개선을 통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챗gpt 등 AI 남용문제도 우려했다. 그는 “기술적·통계적인 처리 수단을 넘어서서 온전히 AI에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가끔 학생들한테 발표를 시켜보면 AI의 도움을 받았다는 심증이 갈 때가 있다. 어떤 문제가 있냐 하면 발표자료가 읽히지 않는다. 읽어보면 그럴듯한데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남용했을 때 어떻게 조세심판원에서 대응할 것인지, 사전적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줄 것인지의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실 AI가 다루는 것들은 과거의 결론을 얘기하는 것이지 미래를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남용 문제를 훨씬 더 좀 심각하게 바라보고 영국식처럼 가이드라인 제공 등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조세나 금융 세제는 프라이빗 섹터에서 고도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전담 구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과제 대응 관점에서 조세심판에 관심있는 판사들을 상임이나 비상임 심판관 같은 형태로 파견받는 방안 등 사법부와 인적 교류, 법리적으로 복잡하고 한쪽으로 판단이 애매한 사안에 대한 중재제도를 절충적인 대안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