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상 특수관계인 요건이 부의 편법이전에 악용되고 있어 특수관계인 요건을 폐지하거나, 특수관계인 요건에도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정우 연세대 교수는 이달 2일자 ‘조세논총 제5권 제1호’에 게재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제도의 실효성 제고방안 연구’ 논문에서 “현행 특수관계인 요건은 편법적인 부의 이전 소지를 남겨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본래 의미의 증여나 실질적 증여에 해당하는 것뿐 아니라 조세정책상 증여로 간주되는 것을 모두 포함해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편법적인 재산 이전으로 과세를 회피하는 행위가 갈수록 복잡해지자 이를 개별증여규정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일었고, 이에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세법 고유의 증여 개념을 입법 △열거방식의 개별증여규정을 예시규정으로 대체하는 이른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했다.
그런데 증여세 과세제도의 특수관계인 요건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한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특수관계인은 친족·임원 등 특수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인데, 세법상 특수관계인 규정은 매우 복잡해 그만큼 회피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방증한다. 상증법에서는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친족관계·경제적 연관관계·경영지배관계·비영리법인 등으로 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특수관계인이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법률적 요건에서는 큰 변수가 된다. 증여세 과세대상인 개별예시규정(23개) 중 19가지는 특수관계인 요건이나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비특수관계인 거래를 요건으로 하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울러 개별예시규정을 벗어난 증여행위의 경우에도 특수관계인 요건을 준용하는 것으로 본다.
박 교수는 “특수관계인 요건과 관련 없이 사실상 증여이익이 있다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취지”라며 “그런데도 특수관계인 조건에 부합하는 증여행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가 편법적인 증여행위일 가능성이 더 크더라도 이들 간의 거래로 증여세 과세대상을 제한한다면 증여세 과세대상을 확대 적용하기 위해 도입한 완전포괄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나아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를 통해 경영자가 조세회피를 도모하거나 특수관계인 규정 자체를 회피하고자 친족·퇴직 임원·상장 여부·사실상 영향력 행사관계·공익법인·친지 등 기타 관계를 악용할 소지도 그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세청에서도 편법 상속·증여 통로로 악용되는 불성실 공익법인을 단속하기 위해 공익법인 분석전담팀과 공익법인조사전담팀을 꾸려 전수검증에 착수하는 등 집중단속에 나선 바 있다.
박정우 교수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서의 특수관계인 요건을 폐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안”이라며 “특히 과세관청에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해 과세하더라도 쟁송 과정에서 법원이 처분을 기각하는 것이 보편화된 배경에는 특수관계인 요건이 자리잡고 있다”는 논지를 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두번째 방안으로는 특수관계인 요건에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개별예시규정을 벗어난 증여행위에 대해 입법강화로 대처하기보다, 개별예시규정 내에서의 특수관계인 요건을 회피한 편법적인 부의 이전 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상증법 제4조의 증여세 과세대상 중 특수관계인 조건이 적용되는 경우에 대해 기존 상증법 시행령 제2조의2인 특수관계인 규정은 예시규정으로 전환하되 상증법상의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가 아니라 하더라도 상증법 제2조제6호에 준해 경제적 합리성을 이탈한 실질적인 증여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되면 이를 상증법 제4조의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두 가지 방안 모두 특수관계인 요건을 사실상 폐지하는 것은 동일하나, 후자에서는 납세의무자에게 경제적 합리성을 일탈한 거래가 아니라는 반대사실을 입증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납세의무자를 보호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독일·일본 등의 세법에서도 특수관계인 요건은 증여세 과세대상 해당 여부와 큰 관련이 없고, 증여세 포괄주의를 긍정하고 있는 점을 들며 특수관계인 요건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6년 한국조세법학회 학술지로 창간된 조세논총은 매년 분기별로 원고를 모집해 4차례 발간되며, 지난해부터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 학술지 명단에 올라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