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정책발표, 부작용(?)

2000.02.14 00:00:00

지난 1일 오전 11시경 시내 각 증권사 객장에 앉아 있던 많은 투자자들은 갑작스레 대부분의 주가가 하락행진을 시작하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날 개장초에는 그동안의 하락세에 대한 반등심리로 다소 오르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갑작스레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데 투자자들이 당혹해 한 것은 당연했다.

투자자들은 창구직원에게 주가하락 이유가 개별사 내부문제인지,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정책때문인지 또는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국제분쟁이 발생했는지 등을 다그쳐 물었으나 그들도 좀더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증시하락 원인이 한 시간도 채 못된 정오 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다수의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까닭은 1일 오전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청와대 수석이 기조연설에서 租稅의 소득분배 강화와 과세기반 확충을 위해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과세를 실시해야 한다는 발언이 기폭제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재경부 세제실은 이를 접하자마자 국내 증시의 허약한 기반을 감안할 때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며 조기시행불가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세제실은 한 발 더 나아가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전면적인 과세를 실시했을 경우 문제점과 외국의 예 등을 설명하며 예기치 못한 파장을 진화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였다.
특히 정치, 경제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증시가 정부부처내의 정책혼선을 모른 체할 리 없었고 다수의 투자자들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투자금액의 상당부분을 고스란히 날려 보내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고 `누군가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연못에 놀던 개구리 허리 맞은 격'이라며 정부의 사전 조율없는 즉흥적인 정책발표가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는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국 이날의 해프닝으로 증시는 전날보다 15.13%나 떨어진 928.75로 마감했다.
예기치 못한 주가하락으로 인한 도처의 한숨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관계자 누구 하나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나 책임있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새 천년, 새 시대에는 정부정책이 더 이상 마구잡이로 발표돼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새삼스레 새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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