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조 공보관, 왜 사표 안 냈어?”

2015.07.10 10:39:59

-'나는 평생 세금쟁이'- (53)

 

 

2002년 찌는 듯한 여름 어느 날 예외 없이 언론사와 곤혹을 치르고 있는 필자를 국세청장이 조용히 불렀다.

 

“조 대감! 정말 고생이 많소. 공보관으로 온 지가 꽤나 오래 되지요?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 자리가 비게 되는데 아시다시피 그 자리는 개방직이니 시험을 봐야 되는 모양인데 한번 응시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며칠후 몇몇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선발위원회가 열려 면접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그때 응시자는 필자를 비롯해 두 사람 뿐이었다. 면접 내용은 뽑아야 할 자리가 납세지원국장이다 보니 ‘효과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참고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가 평소부터 가지고 있는 신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세금의 연금화(年金化)’이다. 즉 납세자들이 세금을 연금으로 인식하게 되면 보다 성실하게 떳떳하게 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평소 세금을 많이 냈다가 노후에 연금으로 되돌려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을 선발위원회들에게 전해 주었더니 모두들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느끼는 듯 했다. 바로 다음날 합격됐다는 연락을 받고 곧이어 임용절차를 밟게 되었다.

 

드디어 그 해 8월말경 필자는 원(願)에도 없었던 임기 2년짜리인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필자의 희망은 수원에 있는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국으로 가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한번 발휘해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서울청이 함께 쓰고 있는 수송동 국세청 청사에서 너무 오래 있다 보니 지루하기도 해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도 서울을 한번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인사권자인 국세청장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공직자의 순리라고 생각했다. 아울러 이제 얼마 남지 아니한 세금쟁이 현직 생활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단 9급에서 이제 국장급 자리까지 올라왔으니 여한이 없었다.

 


 

..          

 

 

 

 

조용근 이사장은 지난 2007년 8월 ‘다일(多一) 밥퍼나눔운동 명예본부장에 위촉돼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조용근 이사장이 CBS특별후원방송에 출연 '특별후원금'을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발령받기 며칠 전 어느 날인가? 당시 국세청에서 요직을 맡고 있던 어떤 국장께서 나를 잠시 좀 보자는 것이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국세청장에게 업무보고를 마치고 그 국장 방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대뜸 “조용근 공보관! 당신 왜 사표를 안 냈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당황했다.

 

그런데 또 “총무과장한테서 이야기를 들으니 이번에 서울청 납세지원국장으로 간다는데 사표를내고 가야지. 왜 현직으로 가는 거지?”

 

그 때서야 그 국장의 진의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서울청 납세지원국장 자리는 개방직인데 사표를 내고 민간인 신분으로도 갈 수 있는데 왜 현직 신분으로 가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그 때 필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렇잖아도 중부청 조사국으로 가서 실력 발휘를 한번 해보려고 하고 있었는데 국세청장의 뜻이라 거역할 수 없어 마음이 편치 않는데 이런 황당한 이야기까지 듣게 되다니….

 

무엇보다 국세청장께서 서울청 국장으로 내려 보낸 것은 언론사와의 관계가 계속 원만치 못하다 보니 필자로 하여금 언론사를 계속 챙기라는 뜻이 담겨 있는 데도 그런 뜻을 일일이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 국장 얼굴만 유심히 바라보다가 그 방을 나왔다. 그리고 내 사무실로 돌아 왔는데 하루종일 일이 잡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보다 연령적으로 몇살 아래인 그 국장이 반말 비슷하게 비아냥대며 하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며칠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행정고시 출신 엘리트여서 일찍 승진하여 비록 요직국장으로 앉아 있다 하더라도 그렇지 마치 자기가 인사권자같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후부터 나는 그 국장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도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그 국장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좋게 이야기하면 내가 현직에서 사표를 내고 그 자리를 가게 되면 누군가 또 한사람이 승진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라고 나무라는 뜻이리라…. 그런 좋은 뜻을 모르고 내가 너무 앞서 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필자나 그 국장이나 모두 현직을 떠나 야인(野人)이 되어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언제 한번 만나서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한번쯤은 전달하고픈 생각이 든다.

 

“이 형! 나와 형의 생각이 달라서 비롯된 것인 데도 나는 몇년동안이나 그 일에 대해 화를 품고 있었소.”

 

“그러나 지금은….”  <계속>

 

 

 

-매주 水·金 연재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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