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사냥'에 성공한 황선홍(47) 포항스틸러스 감독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
황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2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라운드에서 2-1로 이겼다.
'황새' 황 감독과 '독수리' 최용수(42) 서울 감독은 최근 악연으로 묶였다.
포항은 지난 시즌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서울과 맞붙어 모두 승부차기 끝에 고배를 들었다. 이는 포항이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황 감독은 서울전 설욕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는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도 "지난 시즌부터 내 머릿속엔 온통 서울 생각뿐"이라며 "서울을 만나면 총력전을 펼쳐 무조건 승리를 따내겠다"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고대하던 첫 맞대결에서 황 감독은 숙원을 이뤘다. 포항은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며 서울에 패배를 안겼다.
황 감독은 "기분이 좋다.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간 것 기분"이라며 "지난 시즌 서울에 패하며 모든 리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오늘 골을 더 넣었어야 했는데 2골에 그쳐 아쉽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더 많은 득점을 올리겠다"고 밝게 웃었다.
그는 이어 "서울은 오늘도 중원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면 짜임새 있는 축구를 했다. 경기 전 최 감독과 서로 공격적인 축구를 하자고 얘기는 했는데 실제 경기에서 그렇게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포항과 서울이 만나면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팬들을 위해서 더 재미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항의 해결사는 김승대(24)였다. 수원삼성과의 개막전에서 발가락 부상을 당한 그는 황 감독의 부름을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와 제 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황 감독은 "훈련량이 부족하긴 했지만 애초부터 오늘 경기에 김승대를 투입할 예정이었다. 본인도 강한 출전 의지를 보였다"며 "김승대는 2선에서 침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서울 수비가 그를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득점 물꼬가 터졌으니 앞으로 더 좋은 활약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 골맛을 보지 못한 공격수 라자르(29)와 박성호(33)에 대해서는 "아자르는 강한 힘을 비롯해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단 아직 조직적인 움직임에서 훈련이 더 필요하다"며 "박성호도 컨디션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상대에 따라 공격진에도 다양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용수(42) 서울 감독은 "상대 2선 지역의 강한 압박에 우리 선수들이 밀렸다.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며 "특히 돌아 들어가는 김승대의 움직임을 잡지 못했다. 선제골을 내준 뒤 경기력이 급격히 흔들렸다"고 총평했다.
아울러 "시즌 초반 3연패를 당했다. 상당히 좋지 않은 결과"라며 "약 2주 정도의 휴식기 동안 준비를 잘해서 4월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 지난 경기는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선발 명단에 신인 선수들을 대거 투입한 부분에 대해 그는 "기존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줬다"며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신예들을 실전에 투입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 틈틈이 경험을 쌓는다면 나중에 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