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가장 빨리 끓는 그릇이 얇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냄비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열기의 전도(傳導)가 가장 쉽게 이뤄지기 때문에 금방 뜨거워졌다가 또 빨리 식는 것이다.
60년대까지도 우리의 가옥구조상 무쇠솥이 기본적인 용기여서 물이나 음식을 가열하는데 땔감도 많이 들고 시간도 더 소요됐지만 한번 데워지면 상당시간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온장고의 역할도 하곤 했다
그 시절의 유년기를 지낸 50대이후 세대는 어머니(할머니)들이 아침에 넣어둔 누룽지나 감자 등 간식거리가 오후시간까지 따뜻하게 보관돼 있었던 기억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냉장고나 전자렌지가 없던 시절에 그것을 대신해 요긴한 역할을 해줬던 것이다.
그러나 냄비가 보편화되면서는 그런 뒷맛이 없어지고, 즉시 그리고 일회성으로 변해간 일상의 습관들이 사람들의 기질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들이 어떤 일에 너무 빨리 흥분해 물불을 가리지 않다가 얼마간 시간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잊어버리는 모습을 '냄비끓듯 한다'거나 '냄비근성'이라고 흉을 보는 경우가 있다. 군중심리에 이끌려 잘못되거나 과장된 정보를 믿고 흥분된 상태에서 그릇된 판단을 하면 더욱 위험하고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냄비근성'는 정말 곤란한 것이다.
금년 4월부터 미국의 쇠고기수입과 관련해 왜곡된 정보와 잘못된 소통으로 두달여간 정말 냄비현상의 전형인듯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는데 이제 겨우 진정국면으로 가고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공영방송의 자의적인 번역이 문제의 단초라고 하지만, 어떤 전문가는 애당초 어떤 원인에 의해 소가 'Mad'(흥분, 또는 자극을 받음)된 상태의 질병을 동양권에서는 'Crazy'(미쳤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광우병'으로 병명을 부르게 된 것부터 잘못됐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니 동기가 순수했던 대다수의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먹거리와 관련된 일이어서 흥분(mad)했었으나 실상은 그랬었구나, (정부의 노력에 대해) 이만하면 됐구나 하고 물러섰지만, 미친듯(crazy)한 일부 위험하기 그지없는 꾼들은 정권투쟁으로 아직도 그 혼란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들은 열기를 식히지 않고 냄비근성을 벗어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와 함께 냄비근성을 떠올리게 하는 일들이 줄줄이 발생했으니, 금강산에서 무고한 관광객이 죽은 사건, 또 잠잠해 보이던 독도의 영토문제 등 우리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사건들이 한꺼번에 터졌던 것이다.
'독도'문제는 한숨돌리고 있으면 또 흔들어 우리를 흥분시키곤 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지속적으로 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각오들이 확고한 듯 하다.우리의 상대방들은 소리없이 지속적으로 대비하고 움직여 온 듯하니 말이다.
여기서 못지 않게 중요한 남북문제도 우리가 절대 외면하거나 일회성 대책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일시적으로 흥분하고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냄비와 아주 비슷한 발음으로 님비라는 말도 떠올리게 되는데, 이 말은 'Not In My Back Yard'의 약자로 'NIMBY' 즉 다른 곳은 몰라도 내 뒷마당에서는 안된다는 뜻으로서, 원자력발전소 및 핵물질 처리시설 등 위험물질 관련시설, 쓰레기소각장 그리고 화장장 같은 혐오시설 등을 우리 동네에 설치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집단이기주의 현상을 의미하고 있다. 점차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에서 화장 비율이 높아져서 1천만명이 넘는 대도시 서울의 화장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도 어느 지역에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10년 가까이 공전하고 있는 현실, 핵시설처리장 후보에 올랐던 서해안의 어느 도시에서는 시장을 테러하는 등 마찰이 심각해 결국은 꽤 많은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조건하에 어떤 관광도시로 낙착이 된 사례 등이 있다.
냄비현상의 경우는 전국적인 이슈가 일반적이지만 님비현상은 어떤 특정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원인이므로 그러기에 잘못된 옹고집이 너무도 강해서 대화 자체가 안돼 그 해결에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에서 냄비현상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인근의 주민들 아니 전국민의 교통문제 해결과 지역발전에 근본적인 도움이 되는 도로나 터널의 건설을 미신에 가까운 이유를 들어 막무가내(단식투쟁 등)로 반대한 인물 몇몇때문에 장기간 공사가 중단되고 나중에 그 손해를 계산해 보니 몇천억 아니 1조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니 도대체 통탄할 지경인 것이다.
부산에 바다를 가로질러 교량을 건설하는 문제를 두고 바다를 버린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격렬한 반대를 극복하고 완공하고 보니 부산의 명물이 되고 항만의 물류 소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니 이를 반대 하던 자연보호론자들은 지금은 무슨 말을 할 것이며 그 다리에 열정을 쏟았던 안某 시장은 완성을 보지 못하고 자살(다른 사건과 관련)을 했으니 저 세상에서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연보호라는 이유로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는 일부의 교수님들, NGO 단체들이 과장된 논리로 님비현상을 부추기는 경우를 일반 국민들은 짜증스러워 한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보는 아파트 건설·신축건물 공사장들은 아예 공사원가에 님비문제 발생시 필요한 예산도 암암리에 책정해 놓고 있다 하니 이것을 뺏어내지 못하는 주민들은 오히려 바보라는 것이며, 이번에 내가 당했으니 다음에 너희가 공사할 때 두고 보자는 응보심리들까지 팽배해 이웃사촌의 다정함같은 것은 옛 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님비현상과 관련해 박정희 대통령이 60∼70년대에 원자력 발전에 집중해, 현재 20기까지 가동하면서 발전원가가 싼 원자력을 이용(전체 발전량의 40% 이상-전세계 평균은 10% 미만)할 수 있게 한 것은 배럴당 100불을 웃도는 고유가 시대에 정말 다행스럽고 고맙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그 시절 님비현상을 지금보다 휠씬 쉽게 극복할 수 있을 때 선각자의 입장에서 원자력 활용에 앞장섰다는 것은 그가 10월유신으로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시킨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산업·경제발전을 선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산들-북한산, 도봉산,관악산 등-을 대도시에서 그렇게 가깝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관광자원의 면에서도 우리의 큰 장점이다. 그러므로 외국 관광객들에게 멋진 우리의 산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산 정상으로 케이블카 등을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물론 자연보호론자들, 일부 등산애호가들의 반대를 예상할 수 있으나 우리보다 휠씬 자연을 사랑하기로 정평이 있는 스위스나 유럽의 국가들도 그 아름다운 융프라우의 설산 정상까지 철도·케이블을 설치하고 있고, 중국의 장가계·황산 등의 아름다움은 케이블카를 설치한 후 전세계에 그렇게 유명해진 것이다.
우리도 이제 냄비가 아니라 가마솥의 지혜로 신중함과 미래를 생각하고 원만한 이해관계 조정으로 님비(Not-NIMBY)가 아닌 임비(Yes-YIMBY)로 나가기를 소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