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경비단 민심대책회의 全斗煥 상임위장 '附價稅폐지'

2007.11.05 09:57:33

침묵속 '안된다' 메모받은 장관 말문터져 위기모면

<서채규 편집주간>

 


건물 입구 양쪽으로는 기관단총을 장전한 군 짚차가 서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80년5월 하순 어느날 오후. 경복궁 옆 30경비단 본부건물에는 정부경제부처 관계자들이 신군부의 '호출'을 받고 모여 들었다. 재무부 국장 A씨는 장관을 따라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이곳이 바로 신군부가 '12·12'를 모의하고 '거사'를 지휘했던 장소라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터라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좀 으시시한 기분을 느꼈다.

 

딱딱한 타원형 탁자에는 경제부처 장관들을 중심으로 차관보급, 국장급 순으로 자리가 배열돼 있고 정 중앙에 회의주재석이 마련돼 있다.

 

"위원장께서 치안관계 장관들과 면담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중령 계급장을 단 한 장교의 회의 지연에 대한 안내를 듣고서야 오늘 회의주재자가 누구인가를 짐작했다. A씨는 그러나 혼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상임위원장이라면 '국보위상임위원장'을 말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별 두개짜리 소장(少將)인데 장관들과 면담 중이라….

 

"위원장께서 입장하십니다."

 

양쪽으로 경호원 호위를 받고 나타난 사람은 TV화면에서 자주 본 전두환(全斗煥) 국보위상임위원장.

 

회의장에 들어선 그는 주위를 쭉 한번 훑어보고 자리에 앉더니, "뭐 좀 국민들을 시원하게 해줄만한 거 없어요?"

 

첫마디부터 사뭇 위엄이 등등한 분위기다. 그러나 참석자 누구 하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정면만 응시하고 있다. 침묵이 계속 흘렀다.

 

"아, 긴장들 푸세요. 국민을 위해서 모인 자립니다. 이렇게들 아무 말씀을 안하시면 안되죠."

 

"여러분 아무 말씀이나 해보세요. 부담없이."

 

위원장석 옆에서 약간 뒤로 비켜 앉아 있던 한 장교가 답답했던지 참석자들에게 발언을 독려했다.(그 사람은 5공 실세 이춘구(李春九)씨였다.)

 

전두환 상임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리다. 부가세를 없애려고 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A씨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저 사람이 뭘 알고 하는 소리야, 모르고 하는 소리야. 큰 일이구나.'

 

A씨는 '지금 이 순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재정이나 경제에 전문가가 아닌 저 사람들이 민심을 얻는답시고 멋모르고 휘두른 칼에 나라가 거덜날 수도 있겠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용기가 솟았다. 그는 조용히 메모지를 꺼냈다. '장관님, 그건 절대 안됩니다. 여기서 밀리면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나라 재정의 절반이상을 부가세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씀하십시오.'

 

메모를 전달받은 장관은 다행스럽게 A씨의 뜻을 이해하고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그건 좀 곤란합니다. 부가세가 전체 국가재정 수입의 절반을 넘습니다. 부가세는 그대로 두고 그 돈을 국민 마음을 잡을만한 곳에 쓰면 민심을 돌리는 데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말문이 터진 장관은 수치까지 들어가며 '폐지불가'를 강변했다.

 

뭘 몰라서일까, 아니면 시쳇말로 화끈해서일까. 전두환 상임위원장은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의견없나요?"

 

워낙 의외의 안건이 나온 데다 주무장관의 반대의견이 나왔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좋아요. 그럼 부가세 폐지문제는 없는 걸로 합시다. 다른 방도를 찾아봅시다."

 

이렇게 해서 부가세는 '회생'했다. 만약 누군가가 이승만 대통령에게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했다는식으로  '민심을 달래기엔 적격입니다. 좋은 발상입니다' '아부'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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