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사생활 비밀침해는 물론, 영업의 자유 및 평등권을 제한하는 행위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료비 소득공제 증빙서류 제출 의무화에 대해 행정소송에 이어 헌법소원을 제기키로 함으로써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이 법리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소득공제 증빙서류를 일일이 뗄 필요없이 각 기관들이 자료집중기관을 통해 국세청에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자는 게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같은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에 대해 특히 보건의료기관들의 반발이 거세다.
“의료비 자료제출은 국민 사생활 비밀이 노출될 우려가 있고,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게 의료기관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개인 사생활 비밀에 관련된 질병명 등 진료내역 자료는 제출대상 항목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사생활 비밀 노출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국세청은 한발더 나아가 “치과, 한의원 등 비급여 항목이 많은 의료기관들이 수입금액 노출을 우려해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몰아붙이고 있다.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료기관들이 제출하는 자료에는 발급기관의 사업자등록번호, 발급기관 상호·대표자 성명, 수납건수, 수납금액, 환자성명·주민등록번호, 납부금액 등이 포함되며, 질병명 등 진료내역은 제출대상 항목에 없다.
따라서 “환자의 질병과 치료내역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료단체들의 주장은 타당성이 적어 보인다.
또 제출된 자료를 조회하더라도 공인인증서 등 개인 신분확인을 거쳐야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좀 다르긴 하지만, 지난 2000년 7월부터 과세자료제출법에 따라 수백건의 자료가 국세청에 제출되고 있지만 사생활 노출이나 영업 자유침해, 인권침해 등의 논란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국세기본법 제81조에는 ‘비밀유지’조항이 있어 개인정보에 대한 외부 제공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국세청과 의료기관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사이, 애꿎은 근로자들만 연말정산 서류 준비로 불편을 겪고 있다.
일부 동네 의원에서는 국세청 핑계를 대며 증빙서류를 선뜻 떼 주지 않는다는 근로자들의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과 의료기관들은 ‘근로자들이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병원·약국을 일일이 방문해 영수증을 수집·제출하는 불편을 해소한다’는 당초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의 취지를 살려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책을 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