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정치'관건, 집권층 무한책임
이른바 '주류(主流) 교체'를 가져온 이번 17대 총선 결과는 재경분야도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소야대로 인해 발목이 잡혔던 각종 경제정책들이 정부와 여당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순항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 총선이 경제적인 이슈가 아닌 '탄핵심판론'과 '거야부활론', '거여견제론' 등 이른바 정치적인 문제가 쟁점이 됐던만큼 경제분야의 방향타를 속단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투자 활성화 정책과 신용불량정책 등은 일단 '의회 장애물'이 제거된 만큼 그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제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갈등구조가 집권당의 안정의석 확보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갈등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과거 지역간·이념간 갈등에서 이제는 세대간 갈등까지 가미된 상황이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빈부간 갈등에서 노사간 갈등까지 겹쳐져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사회 전반에 깔린 갈등구조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깃발만 꼽아도 당선된다'던가 '우리가 남이가', '영도다리 투신론', '충청 합바지론' 등 지역갈등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벽은 두껍고 단단하다는 게 입증됐다. 이는 결국 경제문제가 경제 외적인 상황으로 재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다.
특히 급진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국회진출은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새로운 보·혁 갈등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부유세를 비롯한 '가진 자'에 대한 세제부분이 경제정책부문에서 매우 비중있는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도 부동산과 연계된 수도권 집중화문제도 경제분야에서 쟁점화될 가능성이 많은데, 이 문제는 부동산 가격 및 투기행위 방지와 맞물려 경제의 건전성 회복차원에서 줄다리기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력의 지역간 격차문제도 이른바 '주류'가 바뀐 상황에서는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경제계는 "총선을 계기로 여·야가 민생안정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 주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정쟁이 경제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가를 역설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경제계는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규제 완화와 노사안정 등에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얼마전 총선이후 사회갈등구조 해소를 위해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천명한 바 있다. 경제문제도 결국은 이 통합과 상생의 정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로 적어도 "의회에 힘이 없어서 '통합'을 못했다"는 빌미는 없어졌다. 정부와 집권당의 경제에 대한 책임은 이제 '무한'(無限)이다.
기자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