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서울시립대 교수/정래용 공인회계사
나. 산업기반 강화 수단으로서의 중소기업
최근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경우 중소제조업 제품의 지속적인 혁신·개량이 산업집적지 형성(지역완결형 혁신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데 주목하게 됐다.
산업집적이란 특화산업의 중추적 혁신기능이 집적된 지역, 즉 산업지구(Industrial District)에서 다수의 중소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상품·기술의 개량·개선을 추진하며 이러한 개량·개선이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기업간에 신속히 확산되도록 하는 시스템(소재, 부품, 기계설비, 디자인, 유통업 등의 연관산업이 집적돼 제품의 혁신개량에 기여함)이다. 즉 동일업종·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에 의해 혁신노력이 촉발되고 미세한 공정 개선·제품 개량도 단시간에 전파돼 신속한 상호모방으로 혁신성과가 향상되며, 이러한 상승작용에 의해 산업지구 차원에서 제품차별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역 경쟁우위를 창출하게 된다.
또한 산업집적은 기업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관계와 네트워크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에 신축적인 분업을 통해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스핀-오프(spin-off)에 의한 창업을 가능케 해 산업기반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의류, 가죽제품, 가구 및 인쇄출판 등의 특화산업에 대한 산업집적지가 형성돼 있다. 소위 '제3의 이탈리아(Third Italy)'라고 불리우는 이탈리아 중부 및 북동부의 산업지구에서는 지난 20여년동안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산업집적지역을 형성함으로써 판매시설, 생산규모, 재정, 해외시장 점유 등에서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국내 및 국제시장에서 이윤을 남기고 고용을 창출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량생산체계에서 유연적 생산체계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고,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는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중소기업의 산업집적지역 형성의 유리성을 입증하는 한 사례라 할 것이다.
90년대 들어 많은 국가들은 경제환경 변화에 유연성있게 대응할 수 있는 산업기반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의 네트워킹을 촉진하고 네크워크의 혁신성·유연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지원시책을 도입·확충하고 있다. 또한 지역완결형 생산체제하의 각종 부품산업 및 소재형 산업 등 기간산업의 육성을 중요한 정책과제로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중소기업의 상대적 불리를 인위적으로 시정하려는 정부 개입을 지양하고 혁신능력의 향상을 위한 중소기업의 자주적 협력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다. 산업경쟁력의 원천으로서의 중소기업
대만은 지난 30∼40년간 중소기업간 산업협동체계의 꾸준한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장기적인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으며 현재에도 중소기업이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유리한 경제발전의 원동력 중의 하나로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중소기업간 산업협동체계'란 산업의 분업과정 및 기업 상호간의 장기 거래에서 맺어진 인맥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특수한 관계로 독립적인 개인 또는 단체간에 합작의 힘을 발휘하게 한다. 즉, 현 경제체계하에서 어느 기업도 생산과정의 전 영역을 담당하고 있지 않으며 많든 적든 기업간 교역관계를 유지하고 이로 인해 기업이 절감한 시간과 노력을 기업인들은 자신의 사업에 재투자 활용하거나 경영의 효율성을 한층 높이는데 사용한다. 또한 기업 상호간 자문(기술과 관리 포함)의 교류와 자원의 공용으로 생산단가를 낮추고 위험을 분산하며 또한 거대한 조직에서 흔히 볼수 있는 경직성에 대한 모순적 부담을 줄임으로써 중소기업 협동체계는 보다 경쟁력있는 생존과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때 반드시 개별 기업주들은 개인의 이익 외에도 거래관계가 있는 모든 타 기업들의 이익에도 관심을 가져 장기간의 협동관계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업간 협력체계가 기업경쟁력 증대의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을 분업 정도에 따라 기업의 생산과정(production process) 전체를 통합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생산과정을 관련기업에 외주를 줘 해결하는 기업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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