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불복 절차 까다롭고 비용 과다
구제단계축소 비용·시간측면 불리할 수
각 전문가에 소송대리권 부여 내실기해야
지난해 말 국세청 심사청구를 거쳐 국세심판원에서 거액의 양도소득세부과 청구취하건이 이유없다며 기각되자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결심한 L모씨.
L씨는 행정소송 제기를 위해 심판청구를 수행한 세무대리인을 비롯, 변호사 등과 상담한 뒤 오히려 자신의 결심을 크게 후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선 심사·심판청구때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소송수임료를 요구하는 데 놀랐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조세소송 전문 변호사 수가 너무 적어 일반 변호사에게 맡겼을 경우, 사무장 얘기처럼 승소를 담보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고 L씨는 설명했다.
조세소송을 전담하는 행정소송이 폭주해 처리 기한이 지금보다 오래 걸릴 경우, 자신과 가족들이 겪게 될 스트레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처럼 조세소송이든 민사·형사소송이든 사건 의뢰인이면 자신이 맡긴 사건이 신속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되길 바라는 것은 누구나 당연하리라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조세불복제도는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종전의 심사·심판청구후 행정소송 제기가 심사나 심판청구를 납세자가 선택한 뒤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현행 불복제도로 바뀐 것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즉 행정구제 절차 축소가 반드시 납세자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일차 구제단계 축소가 납세자에게는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사·심판청구 절차가 한 단계 축소됨으로써 종전보다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으나 사실상 심사·심판청구후 다시 고등법원 대법원의 법적 판단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납세자는 자신의 권리구제를 위해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고 K모 교수는 지적했다.
또한 법률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와 관련협회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세소송 업무의 수행을 변호사만이 할 수 있도록 독점적 권리가 부여돼 있어 의뢰인은 심사나 심판청구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조세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극히 적어 이들에게 사건이 집중되면 밀도있는 소송수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사건처리 기간도 더욱 길어질 수 있고, 일반 변호사에게 소송을 의뢰했을 경우 租稅 전문지식이 부족해 수행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게 법률소비자연맹측의 설명이다.
요즘도 비전문 변호사가 조세소송을 수행할 경우, 소장작성 등 실질적 소송수행은 세무사나 회계사 등 세무대리인이 하고 담당변호사는 단순히 재판장에 나가 전문가가 써 준 소장을 代讀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음에도 조세소송 대리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세무대리업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소송수행을 관련 전문가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배타적으로 부여된 소송수행권을 세무사 회계사 변리사 등 각 전문가에게도 부여하거나 조세소송전문 변호사를 별도로 양성해야 한다고 세무대리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납세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사례나 판결내용을 알 수 있도록 관련정보를 즉시 공개하고 관련용어도 현실에 맞게 대폭 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선진 조세불복제도는 국세청 국세심판원 등 납세자권리를 일차적으로 구제하는 관련기관간 선의의 경쟁과 조세소송대리권의 독점적 지위 철폐 등 사법제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따라 그 명암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강도높은 사법개혁을 통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일관된 의지와 지속적인 제도개선 노력, 관련업계의 의지 등이 삼위일체가 될 때 불복제도의 선진화를 담보할 수 있다는게 조세학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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