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빈곤의 종류와 복지정책

2005.10.20 00:00:00

성명재(成明宰)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흔히 우리는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또는 빈곤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들어 빈곤이라고 한다. 빈곤은 그 자체로서 생계를 위협하기 때문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사회·경제적 난치병이다. 우리는 경제위기이후 소득분배 격차가 급격히 확대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부산물로써 빈곤층이 크게 증가했다.

빈곤은 경제적 여력이 충분치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칫 2세들에 대한 교육이나 인적자본을 형성하기 위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빈곤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고착화돼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사회·경제적으로 계층간 상호 이동성이 제한됨으로써 계층간 불화와 반목을 심화돼 사회적 불안요소가 증대되기 쉽다. 굳이 빈곤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따지지 않더라도 빈곤이 개인에게 커다란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도 빈곤 구제 및 퇴치가 필수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빈곤은 대상기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단기빈곤과 장기빈곤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기빈곤이란 말뜻 그대로 짧은 기간동안 빈곤상태에 처해 있는 경우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1년이내의 기간을 일컫는다. 장기빈곤이라 함은 빈곤이 1년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장기빈곤이 더욱 장기화돼 평생을 두고 생애소득 흐름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경우를 일컬어 생애빈곤이라고 한다.

빈곤이라고 하여 모두 같지는 않다. 단기빈곤보다 장기빈곤의 폐해가 더 크고 심각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생애빈곤의 경우에는 빈곤의 세습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모두 이런 유형의 빈곤 퇴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는 빈곤가구지만 가까운 장래에는 경제적 여건이 개선돼 빈곤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 현재는 빈곤하지 않지만 가까운 장래에 빈곤가구로 전락했다가 다시 빈곤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구들은 비록 한때 단기적으로 빈곤했지만 대부분 생애소득 측면에서는 빈곤하지 않은 가구라고 할 수 있다. 연령적으로 볼때 이런 가구는 고연령층보다는 저연령층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생애를 두고 좀처럼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우리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대체로 이런 가구들은 단기빈곤가구이면서 동시에 생애빈곤가구이다. 연령적으로는 노년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경제위기이후 빈곤층 증가와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생애빈곤가구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필자가 개략적으로 시산한 바에 의하면 생애빈곤가구는 단기빈곤가구의 약 절반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 한 시점에서 관찰되는 (단기)빈곤가구가운데 약 절반 정도는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뿐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빈곤에서 벗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는 외부의 도움이 없다면 더이상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평생의 소득흐름이 극히 낮은 생애빈곤가구들이다.

경제위기이후 빈곤층 보호를 위한 정부의 대책이 크게 강화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을 통해 수많은 빈곤가구가 혜택을 보고 있다. 최근에는 負(-)의 所得稅(negative income tax) 개념을 도입해 저소득 근로자를 대상으로 세액공제를 통해 마이너스 소득세, 즉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 역시 저소득빈곤층을 주된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 일종의 빈곤대책 중 하나이다.

다른 복지제도와 마찬가지로 빈곤층 보호를 위해서도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빈곤층이라는 점에서 볼때 복지예산 규모는 앞으로 계속 증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재정부담도 함께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복지재정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세입을 증대하거나 복지지출을 효율화해 소요경비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의 세입이 크게 부족할 것이라고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바 있다. 정부의 세입여건이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복지지출 확대를 위한 정부 세입확충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따라서 점증하는 복지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세입확충도 필요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복지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해 복지지출예산 자체의 증가속도를 늦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불필요한 부분에서 낭비되는 부분을 줄이는 것이 첫번째임은 물론이다. 그밖에 수혜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더라도 이에 안주해 자활의지를 포기하지 않도록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를 극복하는 것 또한 복지재정의 효율화를 위한 중요한 관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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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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