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탁상공론 과외세

2000.07.24 00:00:00



세상에는 `법 따로 현실 따로'인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정직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를 보면 실제선거비 따로 있고 선관위신고용 선거비 따로 있다. 남들은 다들 법정 한도를 초과해 선거비를 썼는데 자기만 초과액을 신고하면 그 결과는 뻔하다. 잘못이 있어 수사기관에 잡혀가도 잘못을 입증하는 쪽은 검찰이므로 잡혀간 사람은 일단 `오리발'부터 내미는 게 상책으로 통한다.

세금납부에 있어서도 그렇다. 기업이 접대비를 과다 지출한 경우 `정직하게' 세무신고를 했다간 손비를 부인당하고 무능한 회계담당자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남들은 외형의 70∼30%만 신고하는데 자기만 1백% 신고하면 금전적인 부담은 물론이고 호황업체로 간주돼 세무서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세금에는 `바보세'도 있다. 상속^증여세가 그것이다. 가령 1백억원의 현금^유가증권을 자식에게 증여했다 치자. 고지식하게 그대로 증여신고를 하면 `바보'로 오해 받는다. 상속·증여세제 시행이후 지난 50년간의 과세포착률을 보면 이 세제가 허울만 조세일 뿐 그 역할을 못하는 `바보세'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사회가 바르게 서려면 현실에 맞게 법을 고치고 정직한 사람이 우대받도록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 반대방향으로 제도를 새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최근 당정이 발표한 과외신고의무제가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제도는 과외교습으로 소득을 얻는 과외수입자는 관할 시·도교육청에 과외사실을 신고하고 매년 한 차례씩 자신의 과외소득과 세금을 세무당국에 신고·납부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옳은 방향이다. 우선 국민정서와도 부합되는 일이고 국민개납주의나 조세정의 또는 조세정책상의 목적 등에 비춰 봐도 바람직한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98년도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연간 과외비 총액은 무려 29조원 규모라고 한다.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조달하는데 부모들의 허리가 휘지 않으면 이상하다. 공무원이 봉급만 갖고 살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도 자녀 과외비 때문이라고 한다. 과외비가 부정부패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과외신고의무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과연 실효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당정은 “과외소득 부과세율은 과외수입이 많을수록 중과세하는 누진세율을 적용하되 세율은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추후 결정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이 말은 과외소득에 대해 특단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됐으나 실은 기왕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며 다만 표준소득률을 높게 책정하겠다는 의미 외에 다른 게 없다.

과외신고대상에 대학생 대학원생은 제외키로 한 것도 관허사업자인 학원에만 과세표적이 맞춰지는 결과를 초래해 학원의 음성화를 부채질할 수도 있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또 과세를 면제하는 과외소득의 상한선을 월 1백∼1백50만원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이미 학원강사에게 부과되고 있는 소득세를 우대해 주겠다는 뜻인지, 현재 1백50만원이하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학원사업자가 비용을 공제하고도 내는 세금이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특히 회의가 가는 점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고액과외에 과연 세금이 제대로 부과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당국은 과세자료수집에관한법률에 의거, 교육청의 과외강사명단을 확보·관리한다는 생각이지만 과외신고 자체를 안 하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영수증을 주고받고 크로스체크가 이뤄지는 상거래에도 세금이 제대로 과세되지 않는데 쉬쉬하며 남몰래 이뤄지는 고액과외에 `차 떼고 포 뗀' 방식으로 세금이 제대로 부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이번 방안은 세정상 `걸면 걸리도록 고리만 만들어 놓는' 것 이상의 별 의미가 없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本紙 편집국 부국장〉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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