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규(金彦圭) 세무사
국세청이 개청되던 '66년에 7백억원의 세수를 달성한 것은 국세청장의 차량번호를 `서울 관1-700'으로 할 만큼 획기적이었는데 이때 당시 과세자료는 1천6백만건으로서 수동처리로는 한계가 있어 '70.12월 미국 콘트롤데이터 회사의 CDC3150 중형컴퓨터를 도입한 것이 국세행정 전산화의 시작이었다.
그 당시에는 과세자료만 전산처리하면 국세행정이 대폭 간소화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마도 최근의 국세통합시스템(TIS)의 가동이 개시될 즈음에도 이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상당히 있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국세공무원의 업무량 현실은 어떠한가?
수동으로 처리하던 과세자료와 납세자에 대한 성실도 분석자료 등이 전산출력되는 등 세정의 과학화는 분명한데도 이에 수반하여 추가되는 업무량이 대폭 늘어나 종전보다 업무량이 훨씬 더 많아졌다고들 한다. “컴퓨터 때문에 일이 많아져 못살겠다”느니 “컴퓨터의 노예다” 등의 말도 들린다.
이는 컴퓨터를 잘 이용하면 매우 편리하지만 잘못 이용하면 불편을 갖다 주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98년의 전산입력 건수가 4억5천만건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컴퓨터 없는 국세행정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고 국세행정만이 아니라 세상만사가 정보화시대로 변하면서 컴퓨터 이용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국세행정의 전산화 때문에 증가된 업무량은 부실자료의 입력 때문에 파생된 결과가 대부분이다. 컴퓨터에 좋은 자료를 입력하면 좋은 자료가 출력된다고 흔히들 말하고 있다. 좋은 자료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첫째, 입력대상자료의 정확한 작성이 필수적이고, 둘째, 세무회계 관련 지식을 함양하여야 한다. 입력자료의 부실기재가 개별 납세자에 대하여 불이익 처분을 주지 않는 경우에도 국세의 전산행정에는 인력의 낭비와 징세비용을 크케 증대시킨다.
올바른 과세자료와 정확한 신고서 작성을 위해서는 세무회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과 국세공무원 모두가 세법은 물론 기업회계 등의 규정을 숙지하여야 한다. 컴퓨터 스스로는 거래유형별로 기업회계기준 또는 법인세법상의 손익의 귀속시기를 인식할 줄 모르고 세금계산서 교부시기도 모르며 접대비인지 복리후생비인지 입력시키는 대로만 출력해 준다.
기업의 경리실무자나 세무사사무실에서 인계받은 거래증빙이 세법상 적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사전 검증도 없이 그냥 입력해 버린다면 적법세정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세무사와 그 소속직원 및 국세공무원 중에는 각종 세원관리 자료의 단순입력공으로 전락해 가는 경향이 있어 보이며, 이러한 입력공은 출력된 자료를 제대로 분석할 줄도 모른다.
컴퓨터속에 모든 지식이 들어 있다. 컴퓨터속의 지식을 내 것으로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21세기 정보화시대에서 앞서가는 사람은 컴퓨터의 주인이 되는 사람, 컴퓨터를 잘 이용하는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