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저지른 실수보다 하지 않은 것을 더 후회하는가

2026.05.01 09:10:02

우유부단은 선택의 순간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성향을 의미한다. 흔히 소극적인 성격의 문제로 설명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기질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 상태 역시 하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방향으로든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을 한다. 음식점에서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선택부터 직장, 배우자, 삶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의사결정으로 촘촘히 구성되어 있다. 결국 삶의 방향은 무엇을 선택했는가뿐 아니라, 선택의 순간에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결정 앞에서 멈춰 선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잘못된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을 미루는 태도는 문제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유예할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선택 이후의 불편함을 오래 유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고, 그 선택에 적응하며 사고를 재구성한다. 따라서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때의 후회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1995년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와 빅토리아 메드벡(Victoria Medvec)의 연구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행동(action)에 대한 후회가 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행동하지 않은 것(inaction)에 대한 후회가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합리화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며 심리적 고통을 줄이려 한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은 애초에 현실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정할 기회조차 없고, 그 가능성은 상상 속에서 계속 확장된다. 그 결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보다 시도조차 하지 못한 선택이 더 오래, 더 깊게 마음에 남는다.

 

이 점에서 우유부단함은 위험을 회피하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기회를 흘려보내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지속시키는 행위에 가깝다. 대부분의 기회는 시간 속에서 사라지며,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는 일상적인 선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주식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정해둔 원칙에 따른 손절(損切)을 미루는 경우가 그렇다. 결정을 내리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은 손실을 줄이는 전략이 아니라 오히려 손실을 키우는 선택이 된다. 손절은 패배의 선언이 아니라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한 능동적 결정이다.

 

남녀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계는 어느 시점에서든 누군가의 결단을 통해 비로소 진전된다. 고백은 거절이라는 위험을 동반하지만, 그 가능성 속에서만 관계는 현실이 된다. 반대로 고백하지 않는 선택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지속시킨다.

 

시험 역시 마찬가지다. 시험이라는 도전을 회피하는 순간, 실패의 위험뿐 아니라 합격의 가능성도 함께 사라진다. 실패를 피하려는 선택은 결국 성공의 기회를 포기하는 선택과 다르지 않다.

 

결국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통해서만 나타난다. 성공과 실패는 선택 이후에야 의미를 갖는다. 반면 결정을 미루는 삶에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겉으로는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우유부단함은 단순한 결단력 부족이 아니라 삶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결정을 성급하게 내려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충분한 정보 수집과 신중한 검토는 필요하다. 그러나 숙고와 망설임은 구별되어야 한다. 숙고는 결정을 향한 과정이지만, 망설임은 결정을 회피하는 상태에 가깝다.

 

우유부단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완벽한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선택의 결과를 감당할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선택의 시기를 놓치는 것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기회의 상실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늦은 완벽한 선택보다, 시기적절한 불완전한 선택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

 

인생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선택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감수하고서라도 결정하는 것이다. 망설임 끝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삶보다, 때로는 서툴더라도 선택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삶이 더 의미있다.

 

결국 우유부단함의 문제는 용기의 문제로 귀결된다. 선택의 결과를 감당할 용기,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용기, 그리고 자신의 선택을 삶의 일부로 끌어안을 용기이다. 이 용기가 있을 때 우리는 ‘결정하지 못한 삶’이 아니라 ‘결정을 통해 스스로 길을 열어온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진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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