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유·LPG업계 대상 법인세법 개정안 발의
횡재세 도입 논의 수면 위로, 입법 동력 얻나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초과이익을 환수해 민생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이른바 ‘횡재세(초과이익세)’ 도입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논의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일부 기업 초과이익 독점, 예방적 제도 마련해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상장된 석유정제업자와 액화석유가스(LPG) 집단공급사업자의 초과소득에 20% 세율을 추가 적용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이들 기업의 사업연도 소득이 직전 3개년 평균보다 5억원 이상 많을 경우, 그 초과소득에 20%의 세율을 적용해 법인세로 추가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장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중동 정세 불안 등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특정 기업이 막대한 초과 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제도’”라고 규정하며, 국제 유가 지표 상승을 핑계로 공급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리거나, 하락기에 고가를 유지하며 폭리를 취하는 행태를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논의의 걸림돌이었던 초과이익 산출의 모호성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정부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어 구체적인 확인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또한 지난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가 변동성으로 인한 정유사들의 폭리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횡재세 도입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횡재세의 경우 국회 논의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논의의 물꼬를 텄다.
◆2022~2023년 쟁점 다시 보니…재분배 논리 vs 과세형평 저해
이번 법안 발의는 2022~2023년 코로나19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횡재세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당시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고통 분담을 위해 “정유사 초과 이윤을 환수해 에너지 바우처 등에 활용해야 한다”며 횡재세 논의를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반면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2023년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횡재세는 특정 업종만을 구분해 차별적으로 추가 과세하는 것으로, 과세형평을 저해하고 가격 인상을 통해 세부담이 전가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한국 정유사의 구조적 특수성을 지적했다.
해외에서의 횡재세 논의는 주로 원유 채굴회사가 대상으로, 석유정제업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기업의 초과이득에 대한 추가적인 과세는 명확한 과세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한계세율이 증가하는 4단계 초과누진과세 체계를 갖고 있어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규모도 증가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으므로, 여기에 초과이득을 추가로 과세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과세근거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과세기준 명확성 등 숙제…이번엔 결론 날까
학계에서도 구체적인 과세 설계와 부작용에 대한 이론적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2023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던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횡재세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대상을 대기업집단인 상호출자제한기업에 한정하고, 영업이익률이 10%를 초과하는 분에 대해 25%의 세율을 적용하되, 과거 10년간 발생한 손실에 대한 환급 또는 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임금이나 성과급으로 수익을 인위적으로 축소하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 직원 성과급 지급분도 과세대상 대상에 포함하고, 횡재세라는 명칭 대신 ‘에너지 지원세(부담금)’로 규정해 조세의 목적성을 강조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학계 일각에서는 횡재세가 가져올 구조적 왜곡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2023년 조세관련 연합학술대회에서 “법인세율 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횡재세가 부과되는 산업의 국제경쟁력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훈 호서대 교수 역시 2023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토론회에서 ‘횡재’라는 용어의 부정적 낙인을 우려하며, 횡재세(초과이득세) 도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1조원을 들여 1천억원의 이익을 거둔 기업과 100억원을 투입해 1억원을 번 기업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과세요건에서 총자산 이익률, 순자산이익률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 등 투하자본·노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도입할 경우 별도의 과세보다는 법인세의 누진세율을 강화하거나 유보이익 과세를 통한 환류 강화, 영업레버리지가 높은 산업 또는 경제적 외부효과가 높은 산업에 대한 탄력세 설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조세보다 부담금 형식이 법적 안정성·제도 유연성, 부과취지에서 보다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국회입법조사처와 학계의 논의를 종합하면, 횡재세는 조세원칙과 산업정책 사이의 고차방정식이다. 특히 2023년 국회입법조사처와 학계가 지적한 △과세기준의 명확성 △국제경쟁력 약화 △투자 위축 우려 등의 과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과거 신중론을 넘어선 실효성있는 대안이 제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